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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진 2인자 리커창의 수모

입력 | 2017-10-27 03:00:00

경제정책 결정과정서 배제될듯… 시진핑과 경쟁서 3번째 패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마치고 집권 2기를 맞으면서 ‘마오쩌둥(毛澤東) 반열’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끝없이 비상하고 있다. 반면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된 리커창(李克强·사진) 총리는 앞으로 5년간 총리를 연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집행’에 집중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전했다.

집단지도체제하의 중국에서 주요 경제 정책의 사령탑은 총리였으나,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함께 리 총리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2007년부터 시 주석과 대권 경쟁을 벌인 이후 3번째로 수난을 당하는 ‘2인자의 비애’를 곱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 총리의 첫 번째 좌절은 2007년 10월 17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하면서 시 주석보다 한 단계 낮은 7위가 된 것이다. 그는 중앙위원이나 지방 정부 서기 승진 등에서 줄곧 시 주석보다 빨라 당 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까지도 차기 대권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원로의 지지를 얻은 시 주석에게 밀려 5년 후 국가주석 자리를 내줬다.

그가 총리가 된 이후에는 총리가 관할하던 중앙재경영도소조를 시 주석이 맡아 챙기면서 ‘총리=경제’라는 등식이 깨졌다. 리 총리는 중저속 성장과 내수형 경제로 전환 중인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방법 등에 대해 시 주석과 견해를 달리하면서 주요 정책 결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 총리가 속한 공산주의청년당이 반부패 집단으로 몰락하는 수모도 겪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시절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국유기업 개혁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노력 등을 주도해 ‘중국의 고르바초프’라는 찬사를 들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10년 임기를 함께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가 중국에 밀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4조 위안(현재 환율로 약 678조 원)의 내수 진작책을 발표했다.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 경제대국이 된 뒤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앞장섰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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