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스타트 잡페어/함께 만드는 희망 일자리]<5·끝> 사회적 기업 일자리 ‘제3의 길’… 31일, 11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일하는 김정옥 씨.
울산에서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를 하고 있는 김정옥 씨(52·여)는 하루하루가 아직도 꿈같다. 임신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고 난 뒤 다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건 6년 전.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일을 통해 보람을 얻고, 돈을 벌어 내 취미를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행복감에 지금도 감사하다”고 말하는 김 씨다. 2년 전에는 직접 모은 돈으로 경차 모닝도 샀다.
약 13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던 김 씨가 다시 직장인이 될 수 있도록 도운 곳은 SK행복나눔재단 사회적 기업 ‘행복한 학교’다. SK행복나눔재단이 교육청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설립한 행복한 학교는 방과후 학교 위탁 운영을 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울산에서 운영 중이다. 방과후 교사를 고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계층 교육 소외 문제, 공교육 활성화 등까지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김 씨는 “무작정 아이 가르치는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사회적 기업 행복한 학교 덕분에 원만하게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출자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도 대표적 사례다. 이지무브는 장애인, 노약자와 같은 이동 약자들이 사용하는 이동보조기구와 복지 차량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장애인이 전동 휠체어에 탄 채로 자동차에 오를 수 있도록 카니발을 개조해 만든 ‘올 뉴 카니발 이지무브’, 의료용 스쿠터 등을 만들어 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한 여러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11월 8일 첫 출근을 앞두고 있는 신하훈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 SK 행복나눔재단 제공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버택배’. CJ대한통운 제공
서울 노원구 실배택배 배송원인 이승희 씨(81)는 매달 약 80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택배 배송을 한다. 월급 액수를 떠나 여든이 넘은 나이에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씨는 삶의 큰 동력을 얻고 있다. 이 씨는 “경로당에서 막걸리 먹고, 고스톱만 치던 사람들이 이제 직접 박스를 배달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몸도 움직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2013년 보건복지부와 시니어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을 맺은 뒤 서울 인천 부산 전남 지역 지자체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160개 거점에서 약 1300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경기 용인 화성 평택에서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카페 휴(休)’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 지자체 및 복지기관 등과 함께 펼치고 있는 지역 사회 공헌 사업이다. 지자체가 카페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삼성전자는 임직원 후원금을 기부해 시설 공사 및 기자재를 지원하고, 복지기관은 바리스타 교육 및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현재 총 13곳이 운영돼 75명의 장애인, 이주민 등이 일하고 있다. 2012년 문을 연 카페 휴 수지구청점에서 5년째 근무 중인 신정희 씨(69·여)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다.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일자리 만들기가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