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해빙 조짐]
○ ‘사드 언급’ 수위 놓고 고심하는 靑
관건은 선결 조건이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과정에서 중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전직 주중 대사 등을 만나 이 같은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중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유감 수준의 표현을 넣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재차 언급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이해한다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미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는 것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인 바 있다.
정부의 입장 발표는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 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한중 정상이 만나고, 문 대통령의 연내 방중으로 이어지는 게 청와대가 그리는 시나리오다.
○ 한중 관계 순풍 부나
24일 필리핀 클라크 아세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와대가 한중 정상회담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북핵 해법은 물론이고 경제 문제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책실은 23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보고하면서 “중국의 사드 제재로 인해 경제성장률 감소분은 마이너스 0.4%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참모들은 “사드 문제가 잘 풀린다면 올해 4분기나 내년 경제성장률은 더 높아질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 “낙관론·저자세 경계” 목소리도
다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대회를 끝낸 중국이 과거보다 부드러워진 것은 맞지만 물밑 접촉 과정에서 중국은 “사드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가 한중 정상회담 성사에 집착해 주권과 직결된 사드 문제에 저자세로 나올 경우 국내 여론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다. 여러 면을 고려해 한중 관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