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하지만, 실상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시간과 마음은 여유로워졌지만 제주와 육지라는 거리와 항공권 비용 등 경제적 요인이 새로운 핑곗거리로 변한 것뿐이었다. 제주에 보금자리를 잡고 2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집을 완성한 것을 축하해주기 위해 부모님과 형님 내외분이 온다. 오랜 시간 시골에서 생활하신 부모님도 나의 제주행에 대해서 처음엔 반대를 많이 하셨다. “아직 젊은 녀석이 시골 생활은…. 일이 잘 안 풀리는 거야?”
도시 생활만 하던 막내아들의 시골 생활이 걱정이셨던 부모님도 이제는 때맞춰 채소 씨앗이며 농기구 등을 보내주시며 멘토링을 해주신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명절에 형에게 “이제는 시간이 나니, 가족행사에 잘 참석하도록 할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오고 집을 짓느라 바빠 잘 챙기지 못했는데도 항상 집안일을 나와 상의해주며 잘 이끌어 나가는 형은 나의 귀촌 생활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내가 제주 생활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건 연로하신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며 자질구레한 집안일까지 잘 챙기는 형님 내외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제주행을 먼저 내가 결심하고 아내에게 통보하듯 던졌지만, 잘 따라와 주고 힘든 시간을 적응해 나가는 아내가 무척이나 고맙다. 가끔 대형마트를 가면 “역시 도시가 좋아”라며 이것저것 구경하지만, 아내는 이제 집 안에 들어온 지네를 휴지로 간단히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여자에서 시골 여자로 점점 변해가고 있다. 이런 아내의 응원이 나의 제주 생활에 큰 버팀목이 된다.
집을 완성하고, 나를 응원해준 친구들과 가족들의 방문이 잦아진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도 그들에게 서울 생활과는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조현일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