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남녀 주인공이 환자의 생명을 살리려고 동분서주하며 고뇌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흡인력 있다. 그러나 엄청난 경쟁을 뚫고 의대에 가고 수련 과정까지 간 많은 전공의(레지던트)들이 환자 앞에서 교수에게 두들겨 맞는 경우가 있다. 3월엔 한양대병원 성형외과에서 전공의들이 교수의 폭력을 못 견디고 근무지를 이탈했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부산대병원 교수에 의한 전공의 폭행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해당 교수는 주먹을 비롯해 야구공 수술도구 인체모형 등으로 전공의 11명을 때렸다. 폭행 장소도 수술실에 국한되지 않고 회식 장소나 길거리로 이어졌다. 부산대병원 노조 정재범 지부장은 “환자가 안 좋아져도 전공의 탓이고 업무 처리가 마음에 안 들어도 폭행이 가해졌다. 너무 다수에게 자행된 일이라 (폭행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고막이 터져도, 피멍이 들어도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교수가 논문심사 등 자신의 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