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 적폐청산 빛과 그림자 과거정권 비리 전방위 司正 가속… 정치권 갈등 격화돼 국민 피로감 “낡은 구조 고친다는 취지 좋지만 미래지향적 개혁에 초점 맞춰야”
꼭 1년 전 “이게 나라냐”를 외치는 촛불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실망하고 분노한 민심의 물결이었다. 이들은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진정한 개혁과 통합, 협치를 명령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 사회가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매몰되면서 다시 갈가리 찢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는 실질적 개혁보다는 현 정권과 이전 정권들이 뒤엉킨 정치적 진흙탕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적폐’와 ‘신(新)적폐’의 대립 속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강행을 이유로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에 나섰다. 적폐청산이 정치권의 ‘적대적 공생’ 관계를 복원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집권 세력은 ‘정의의 길’이라며 몰아치고 야권은 정치보복이라고 맞선 가운데 적폐청산은 블랙홀처럼 북핵 위기나 경제 이슈 등 다른 국가적 이슈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정치 원로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적폐청산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미래지향적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폐청산이 정쟁 프레임에 갇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는 북핵 이슈,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개혁 등 핵심 어젠다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분야로 적폐청산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권 전체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적폐 사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적폐청산의 대상이 특정 인물이나 세력이 아닌 낡은 제도와 관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적폐청산 논란으로 사회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예측 가능한 시한’을 제시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전 한국정당학회장)는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언제까지라고 규정할 수 없더라도 가닥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적폐청산과 미래지향 국정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적폐청산이 7, 미래지향이 3의 비중이라면 1년 뒤엔 미래지향 7, 적폐청산 3의 비중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