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년]참가자 10人이 말하는 ‘어제와 내일’
○ 촛불의 과거보다 미래가 중요
본보는 20∼60대 ‘촛불 시민’ 10명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겨울 평균 5, 6회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들은 촛불집회를 ‘일생일대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급격한 변화나 소통 없는 일방통행식 정치에 대한 거리감도 나타냈다. 영화감독 김재수 씨(59)는 경남 거창과 서울을 오가며 4차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오랜 기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피해를 현장에서 느꼈다. 촛불이 제기한 문제에 누구보다 공감했다. 하지만 “(적폐 청산을) 자칫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보복성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헌수 시니어노조 위원장(67)도 “한꺼번에 많이 하려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국민 전체가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신중히 생각하고, 상식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 촛불 통해 성숙해진 한국 사회
지난해 이맘때 최주영 씨(28·여·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이었다. 첫 촛불집회는 마침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그는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집회에 참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이유다. 최 씨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탄핵안 인용’은 법조문에만 있는 줄 알았다”며 “현실이 되는 걸 보니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구나’라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간호사 이보람 씨(26·여)는 “병원 내 비정규직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게 됐다”며 활발해진 ‘소통’을 강조했다. 학원 강사 도민익 씨(41)는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숙의 끝에 공사 재개 결정을 내리고, 이를 국민들이 수용한 것이 우리 사회가 지난해보다 소통한다는 가장 큰 근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관용, 신뢰, 참여의식, 공동체의식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도묘연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이 전국 20∼60대 남녀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도 연구원은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도 간접적으로 시민성이 증진됐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촛불집회가 ‘민주주의 실천교육 프로그램’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구특교·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