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하지만 혁신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 기업금융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이번 초대형 IB 육성책은 다르다. 자체 발행어음을 통한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허용함으로써 기존의 금융권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던 기업들에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4조 원 이상 5개 증권사의 자본 규모를 감안했을 때 25조 원 이상의 기업금융 재원이 시장에 새롭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어음의 허용은 국민과 기업 모두에 동반성장의 기회를 부여한다. 우선 예금자보호가 되는 은행권 대비 상대적으로 위험은 조금 높지만 수익 또한 높은 저축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국민자산 증식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을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 수탁이 가능하고 운용의 다양성도 확보된다. 운용의 제약이 적고 상당히 유용한 자금 조달원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금융투자업계도 발행어음이라는 신규 수익원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과의 이해상충과 증권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핵심은 예상되는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초대형 IB의 순조로운 출범과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운동장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신용공여한도 확대(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한도 상향)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정체된 국가경제 성장에 자본시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기는 곳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초대형 IB 제도가 조속히 안착하고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