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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병간호 지쳤다고 환자 버리나… 적폐청산 끝까지 해야”

입력 | 2017-10-31 03:00:00

[여야 대표 릴레이 인터뷰]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추 대표는 적폐청산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도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원칙’을 강조하며 말을 아꼈다. 그는 “적폐청산은 미래로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바로잡아 투명하고 공정한 법과 제도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여당이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정감사 종료와 예산 국회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주요 당 대표들에게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첫 번째 순서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30일 만났다. 추 대표는 적폐청산의 의미에 대해 “미래로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잘못을 바로잡아 투명하고 공정한 법과 제도로 귀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의 출구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고쳐놓은 것도 없다. 고치자고 외쳤을 뿐인데 이제 그만 덮어버리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피로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마저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추 대표와의 일문일답.

―적폐청산에 매몰돼 미래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을 오래 치료했다고 해서 ‘병간호에 지쳤다. (환자를) 이제 버리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지치더라도 ‘끝까지 해 봅시다’라고 해야죠. 공기업 채용비리 등 공정한 기회를 빼앗은 과거를 바로잡는 게 미래를 위한 것이다. 적폐청산은 미래와 함께 가는 것이다. 우려하는 것처럼 전혀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하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협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태극기를 든 국민도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여야 모두가 협치에 대해 미숙하다. 깨진 그릇을 어떻게 모을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협치다. 야당이 여당에 협치를 요구하면서 줄 것이 뭐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협치가 아니다. 그건 거래다. 태극기 진영도 물론 국민이다. 그렇지만 소리 지른다고 해서 여당이 왜 껴안아 주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올바른 협치의 방법이 아니다. 바람직한 주장을 하고 서로 조율해 나가는 것이 협치다. (야당이 국회에) 불출석하고 있는데 (여당에)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답변을 할 수 없다.”

―국민의당과 구체적인 협치 방안이 있나.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는 하진 않는다. 국민에게 뚜렷하게 이야기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정치다. 각자 공약한 것의 차이를 좁히고 공통 공약을 모아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 공약대로 개헌안 투표가 성사될 수 있다고 보나.

“가능성을 점치기보다는 그렇게 돼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이에 동의했다. 모든 정당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다. 난파선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민심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 전략은….

“오랫동안 한집에 계속 살면 켜켜이 먼지가 쌓이는데 빗자루질 몇 번 한다고 먼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 토호들이 지방 권력과 유착해 인허가 등 특혜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한 번도 못 바꿔본 오래되고 낡은 지방 권력은 바꿔줘야 한다. 준비된 후보나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민주당 험지에 출마시켜 지방 권력 교체 필요에 대한 시민적 공감을 얻어내겠다.”

―공천을 책임지는 당 대표로서 청와대 참모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나.

“‘청와대의 누구다’ 등의 이유로 당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본인들 마음이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가지고 지방선거인 만큼 생활 정치를 더욱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에서 인위적으로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람이 불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의 서울시장, 대구시장 출마설이 거론되는데….

“나는 ‘설’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출마 여부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정리했나.

“입장은 속으로 정리하면 됐지 굳이 (지금) 언론을 상대로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웃으며) 나도 호기심을 계속 주면서 가야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재통합 논의 등 야당의 견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민은 지난 70년간 주권자로서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 왔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국민이 차린 밥상을 정치 집단이 뒤엎는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무책임한 정당, 무책임한 정치인에게 국민이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인사에 있어서 과(過)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조각이 마무리된 뒤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보나.

“본인만 알고 있는 일부 사안은 외부 검증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사안들이 국민의 이해 수준을 넘었다고 볼 때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인사 철회를 하거나 본인이 사퇴를 하는 것이 절차다. 그런 절차대로 가고 있다. 대통령은 이미 야당 대표 회동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유감 표명을 했다. 추가적인 유감 표명을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살지 않는 집 파시라’고 강조했고, 추 대표 역시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고위 관료 상당수는 다주택자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음으로 할 것이라 믿는다.”(추 대표는 이 대목에서 잠깐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답은 짧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딸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은 어떻게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길진균 leon@donga.com·최우열·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