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에 갇힌 대한민국]<3> 원로-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
선거구제도를 포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제도 개선에 앞서 국회의 정치문화를 바꾸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 “권력집중과 무너진 견제, 헌법 개정이 해답”
대표적인 분권형 개헌론자인 김 전 의장은 최근 국회방송 토론에서 “현행 헌법대로 계속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종말이 불행하게 됐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 자체도 적폐를 쌓아가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의 불신을 가장 많이 받는 대표기관이 국회인데, 국회가 활동을 제대로 해야 권력과 정부 부처의 적폐를 제대로 감시,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인태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노무현 정부)은 “분권형 개헌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구제 개편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당별 득표율과 국회의원 수의 비율을 일치시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다. 이 방향의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이 이뤄지면 “권력 집중형 대통령 중심제를 탈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양당 체제’를 통해 고착화된 적폐도 청산이 가능하다”는 게 유 전 수석의 설명이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정책학회장)는 “문제의 원인은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이며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말했다. 비선 실세의 전횡이나 대통령 또는 국회 권력을 등에 업은 권력형 비리 등 적폐의 전형은 모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져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개헌이 답이지만 힘들다면 최소 공감대가 있는 부분만이라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이 적폐청산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정파적 시각이 개입돼선 안 된다”고 했다.
○ 선 국가대개조, 후 개헌론도
개헌뿐 아니라 청산작업을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하고, 의식 개혁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개헌하지 않으면 적폐청산이 안 된다’는 건 옳지 않다. 반역사적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야 추후 정권이 원칙과 법에 따라 행동하게 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先) 국가대개조, 후(後) 개헌론’을 제시했다. “각 국가 기구들에 숨어 있는 적폐를 청산하고 피해자 보상도 이뤄지는 국가 개조”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그는 “(그 뒤에) 지방분권형 개헌 등을 통해 여러 가지 권력 집중의 문제가 많이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 “청산작업엔 미래가치 담겨야”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김영삼 정부)은 적폐청산 작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엔 ‘미래 지향적인 가치’가 들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군부 중심의 정치 체제와 국가 중심적 경제 체제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청산작업을 했던 김영삼(YS) 정부의 개혁을 실례로 제시했다.
이 전 수석은 “당시 하나회를 해체해 군인정치를 청산했고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 등을 시행해 30여 년 군사정권과 정치의 문제를 청산했다”며 “그 많은 청산 작업 안엔 ‘한국병 치유’와 ‘신한국 창조’라는 미래 지향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폐청산은 미래로 가기 위한 기반이 돼야 하며 자기 것은 안 보고 남의 것만 보는 청산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송찬욱·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