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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장수의 새로운 비결

입력 | 2017-10-31 03:00:00


이탈리아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그리스 이카리아의 공통점은? 100세 넘은 노인들이 많은 장수 지역으로서 ‘사람들이 죽는 것을 잊어버린 섬’에 비유된다. 2000년부터 장수마을을 연구한 미국의 댄 뷰트너는 이곳을 ‘블루존’으로 명명했다.

▷장수 여부를 결정짓는 데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과 환경 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뷰트너는 블루존 노인들의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장수의 공식을 추려냈다. 그 첫 번째는 시간과 돈 들여 가며 따로 운동하는 대신 일상생활에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것. 배가 80% 정도 불러 오면 미련 없이 수저를 내려놓고, 시계에 매이지 않고 느긋한 삶을 산다는 것도 100세 노인들에게 배울 점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이런 비결만으로 부족한 시대가 왔다. 요즘은 잘사는 사람들이 대체로 장수를 누린다. 최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석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수명 격차가 6.6년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과 수명의 관계를 조사해 보니 2015년 상위 20% 고소득층의 기대수명은 85.14세, 하위 20% 저소득층은 78.55세였다. 빈곤 계층은 흡연 음주 영양불균형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병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소득에 따른 수명 양극화는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래에는 고령자의 거주환경으로 외딴 장수촌이 아니라 첨단의료시설을 갖춘 도시가 1순위로 꼽힐 것이다. 경제적 풍요는 많은 이들이 소망하지만 원한다고 누구나 누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질병 없이 장수하는 전략에 돈 안 드는 방법도 있다. 규칙적 생활과 절제된 식습관은 기본이고, 여기에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 가족 및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다. 1인 가구가 대세라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끈끈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한 사람보다 수명 단축의 가능성이 많다는 연구도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즐거움과 힘든 일을 함께 나눌 사람을 곁에 가까이 두는 것이야말로 장수의 든든한 버팀목이지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