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이상 참여땐 공식답변 방침 靑 소년법 폐지 이어 ‘2호 답변’ 전망
“임신 12∼16주라면 3세트 복용하면 됩니다. 가격은 100만 원입니다.”
인공유산약물 ‘미프진’ 판매업자는 30일 ‘임신 15주인데 낙태약을 구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설명서대로 하면 부작용이 전혀 없다”며 “주문 다음 날 바로 약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낙태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도 임신 10주까지만 의사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처방한다. 그럼에도 미프진이 국내 웹사이트 등에서 ‘3일 복용하면 생리통 정도의 통증으로 낙태율 99.9%’라며 버젓이 팔리고 있다.
미프진은 1980년대 프랑스 제약회사가 개발한 먹는 낙태약의 브랜드명이다. 국내에선 판매 자체가 불법이지만 스스로 ‘정품 직수입 공식 판매처’라고 소개한 가짜 약국까지 등장했다. 한 업체는 사이트에 “낙태수술의 실패율은 0.1%, 미프진의 실패율은 0.001%에 불과하다”며 “3일만 먹으면 태아가 하혈과 함께 자동 배출된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들은 대부분 병원, 약국 등 의료기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본보 확인 결과 등록된 주소, 사업자등록번호는 모두 가짜였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10주 이상의 여성이 약물을 복용하면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출혈할 수 있다”며 “약물 유산은 태아의 일부가 여성의 몸에 남을 수 있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합법화’에 대한 국민청원 참여자가 23만 명을 넘었다. 지난달 30일 처음 게시된 이 청원은 마감 이틀 전인 28일 밤까지만 해도 6만여 명이었지만 여성들의 적극 투표 독려로 29일 밤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한 달 이내에 20만 명 이상이 국민청원에 참여하면 이후 한 달 이내에 해당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부 고위직이 해당 안건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자 지난달 25일 국민청원 답변을 처음 내놓았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다음 달 말까지 미프진 처방 허가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동주 djc@donga.com·김단비·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