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플레트네프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악보를 전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편곡’은 클래식에서도 예부터 흔했으니까요. 리스트는 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나 다른 선율들을 따와서 여러 개의 피아노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리스트의 이른바 ‘패러프레이즈(paraphrase)’ 작품들입니다.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하기도 합니다. 무소륵스키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관현악용으로 편곡했습니다. 선율과 화음은 같지만, 소리의 ‘색깔’이 완전히 달라졌죠. 화가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유화나 파스텔화 외에 흑백 판화로 보는 것과 비슷한 차이입니다.
수요일인 다음 달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 조지아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도 플레트네프가 편곡한 작품을 연주합니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을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한 곡입니다. 화려한 관현악을 한 사람이 치는 피아노용으로 바꾸면 단조롭게 들리지 않을까요? 글쎄요, 편성의 크기를 늘리든 줄이든, 예전에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음색과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편곡의 묘미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11월 7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박수진 & 이해영 피아노 듀오 연주회도 오케스트라곡으로 익숙한 곡들을 피아노 두 대를 위한 편곡판으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뒤카 ‘마법사의 제자’, 홀스트 ‘행성’ 모음곡 중 ‘금성’ ‘목성’ 등이 연주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