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 회원들과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김만구 교수 등이 9월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본관 정문 앞에서 생리대 유해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이안 처장은 10월 15일 오후 2시경 김 교수에게 “(17일 국감에서 나올) 예상 질문”이라며 엑셀 파일을 보냈다. 엑셀 파일에는 이 처장 측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예상 문답 4건이 적혀 있었다.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검출 실험을 맡은 이유를 물으면 ‘여성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다른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로서 여성환경연대를 돕고 싶었다’고 답변하라는 내용 등이다.
실험의 의미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이번 조사는 기초 예비조사로 책임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자료를 활용해 제대로 전수 조사하고 여성 건강 대책을 마련할 거라고 기대했다’고 답변하면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핵심 답변’ 옆에는 ‘자세한 내용(교수님 준비)’이라는 제목의 빈칸도 마련돼 있었다. 김 교수는 엑셀 파일을 받은 다음날 이안 처장에게 “저는 있는 그대로 소신껏 답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카톡 대화 내용을 국회에 제출한 당사자가 바로 김 교수 본인이라는 사실이다. 김 교수는 일부 복지위 위원들에게 이안 처장과의 대화 내용을 제공하며 “공개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부터 생리대 실험 진행뿐 아니라 결과 발표 기자회견까지 줄곧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해온 김 교수가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의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이안 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교수와 최근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설전을 벌인 적은 없다”고 했다. 반면 김 교수는 “나는 모든 걸 공개하는 사람이다. 때가 되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진실 공방’을 예고한 셈이다.
이에 앞서 식약처는 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 발표 이후 ‘발암물질 함유 생리대’ 논란이 거세지자 국내 생리대 666종을 수거해 VOC 전수 조사에 나섰다. 이어 9월 “생리대를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사용하더라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면서 “김 교수의 시험 결과는 다른 연구자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김 교수는 “식약처 결과는 대국민 사기”라며 반발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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