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 롯데월드 공사 재개 기대”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차별 없어지길”
공사중단 1년된 선양 롯데월드 롯데그룹이 3조 원을 투자해 중국 선양(瀋陽)에 짓고 있는 선양 롯데월드 조감도. 지난해 11월 말 공사 중지 조치가 나온 후 1년여 동안 공사를 멈춘 상태다. 롯데그룹 제공
현대차를 포함해 롯데,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기업은 한중 관계 복원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그간의 손실을 만회할 전략도 세우고 있다. 31일 한국과 중국 정부가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협의문에 ‘보복 철회’ 문구는 없지만 중국 정부가 금한령 등 보복 조치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중 관계 개선은 양국 무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한중 2차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도 더 폭 넓은 개방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경제 보복의 타깃이 된 롯데그룹도 반색하고 있다. 롯데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손실과 피해를 봤지만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 개선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번 협의로 롯데를 포함한 기업 활동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 개선 조짐에 LG화학, 삼성SDI 등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업체들도 일제히 기대감을 보였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드 갈등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하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전기차 보조금 지급차량 목록을 발표하면서 한국산 배터리 장착 모델은 모두 제외했다. 이후 매달 발표한 보조금 대상 리스트에서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모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중국에 전기차를 파는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배터리를 한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CATL, BYD 등 자국 배터리 업체들을 키우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내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드 갈등은 중국 정부의 이런 전략에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국내 배터리 1위 업체인 LG화학의 경우 올해 중국 판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연 매출 3000억 원의 추가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배터리업계는 추정한다.
온라인 유통업계는 당장 11월 11일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를 향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현대H몰은 역직구(인터넷을 통한 한국 제품 직접 구매) 사이트인 ‘글로벌H몰’을 통해 광군제 프로모션을 강화하기로 했다. 황선욱 현대홈쇼핑 H몰사업부장은 “지난해 광군제 기간 이후 사드 여파로 중국 매출이 주춤했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G마켓 글로벌숍도 광군제를 맞아 중국 및 중화권 7개 지역 배송비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재계는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사업은 내년 하반기(7∼12월)는 돼야 완전히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중국 정부가 전향적으로 바뀌더라도 현지 소비자들이 이를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한 해 중국 사드 보복으로 인한 국내 기업 손실은 8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단기간에 예전 실적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지난 1년 가까이 현대차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잊혀졌다. 과거와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더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야 판매가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아직은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면세점 매출이 줄면서 올해 2분기와 3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동반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사드 보복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회사 경쟁력 문제, 국내외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미국 진출 브랜드를 확대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사드 보복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정세진·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