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입구 ‘열린옷장’ 취준생에 인기
한만일 열린옷장 대표가 취업준비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장대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에는 사무실을 여는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입장했다. 옷을 고를 때 붐비지 않도록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하는데, 그만큼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옷장지기’로 불리는 직원과 자원봉사자 10명이 학생들에게 어울리는 정장을 권했다. 신체치수를 정확하게 재어 주는 코너가 있어 팔길이, 허리둘레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한번 기록되면 나중에는 택배서비스로 집에서 정장을 받아볼 수도 있다.
4일간 빌리는 데 여성용 정장은 세트(재킷·스커트·블라우스·구두)로 3만 원, 남성은 세트(재킷·바지·와이셔츠·넥타이·벨트·구두)에 3만2000원만 내면 된다. 직장인들이 들고 다니는 서류가방을 고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하루 7000∼8000원의 비용에 면접 준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졸업사진을 찍을 때 정장을 사기가 부담스러워 이곳을 방문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한 대표는 사무실에 빼곡하게 쌓인 손편지들을 보여줬다. 기증자 3000명과 정장을 대여한 취업준비생 1만5000여 명이 쓴 사연들이었다. 기증자들은 “제가 금융회사에 입고 가서 합격한 양복인데 다른 사람에게도 면접 때 좋은 기운을 줄 것이다” “지금은 살이 조금 쪄서 못 입지만, 어머니가 맞춰주신 좋은 양복”이라며 사회 후배들의 건승을 빌었다.
서울시 역시 청년들을 위해 ‘취업날개서비스’로 힘을 보탰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에 사는 청년들은 연간 10회까지 무료로 정장을 빌려 입을 수 있도록 대여 비용을 내준다. 서울시 일자리포털에 회원가입을 하고 열린옷장 예약 신청을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