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안보용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국정원

입력 | 2017-11-01 00:00:00


국가정보원이 건넨 수십억 원대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을 검찰이 긴급 체포했다. 아울러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과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자택 등 10여 곳도 압수수색했다. 꼬리표 없는 예산인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 상납받았다니 충격이다.

국정원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사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로 이 돈이 목적과 다르게 청와대에 전달된 것 자체가 불법이다. 과거 정권에서 특활비가 검경의 대공수사비 또는 청와대 활동비로 지원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과는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이 먼저 요구해 5만 원권을 007 가방에 담아 건네졌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두 사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검찰과 특검 수사가 이어졌지만 법망을 빠져나갔다. 안봉근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 인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이고, 이재만 역시 금융계 인사 개입과 기밀 유출 방조 의혹에 휩싸였지만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차원을 넘어 국가예산을 받아 유용했다면 그 죄가 더없이 중하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과 규모는 물론이고 돈을 받은 사람이 더 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다만 증거에 입각한 정교한 수사로 ‘정치 보복’이라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국감에서 “국정원 예산은 재정당국의 통제 바깥에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제에 ‘눈먼 돈’처럼 낭비되는 각 기관의 특활비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투명한 사용과 엄격한 검증을 보장할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