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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4860억… 정부 전체의 절반 넘어

입력 | 2017-11-01 03:00:00

기관별 구체적 용처 공개 안해… ‘눈먼 돈’ 전용 가능성 꾸준히 제기




정부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편성해 사용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현행법상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기관은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지는 않고 ‘총액 편성, 총액 결산’이 이뤄진다. 그래서 ‘눈먼 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정부 기관 중에서 국가정보원이 가장 많다. 지난해 정부의 전체 특수활동비 예산 8870억 원 중 국정원이 절반이 넘는 4860억 원을 차지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엔 인건비 등이 포함돼 다른 기관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과거부터 정치적 시비에 휘말린 적이 많다. 대표적으로 2001년 검찰은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에서 “민주자유당과 그 후신인 신한국당이 1197억 원의 국가안전기획부 예산을 빼돌려 1996년 총선 등에 사용했다”고 결론 냈다. 강삼재 전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국고 손실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안기부 자금임을 확인할 수 없다며 무죄를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국회 상임위에서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에는 정부가 2010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실 등 20개 기관의 특수활동비로 은닉한 규모가 2678억 원에 이른다고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정치권에 유입됐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명확하게 확인된 적은 거의 없다. 다만 과거 일부 정부에서는 청와대의 대통령 해외 순방 출장비나 업무 추진비 등으로 일부 쓰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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