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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는 정의용-양제츠 ‘베를린 90분 극비회동’

입력 | 2017-11-01 03:00:00

[한중관계 복원]7월 정상회담 계기 핫라인 가동… 남관표 안보2차장이 세부 조율




7월 6일 독일 베를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극비리에 마주 앉았다. 한중 양국의 외교 컨트롤타워인 두 사람은 90분간의 회동에서 최대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첫 만남엔 성과가 없었지만 이날 회동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문 마련의 시발점이 됐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회동에서 두 사람은 ‘양국 간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핫라인을 통해 양국의 견해차를 단계적으로 좁혀가며 “공동발표문을 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두 사람이 돌파구를 마련한 ‘투 톱’이라면 마무리는 남관표 안보실 2차장 몫이었다. 남 차장은 협상 파트너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합의문 세부 조율 작업을 벌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남 차장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청와대에서 안 보이면 ‘중국에 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합의문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민감하기 때문에 직접 마주 앉아 협상을 벌였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남 차장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도 수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합의문 확정 후엔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중국 미술작가인 치바이스(齊白石) 전시회를 관람하며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친서를 전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차관급인 남 차장과 차관보급인 쿵 부장조리가 실무 작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 “급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첨예한 문제를 다루는 만큼 직급이 아니라 양국 정상에게 곧바로 직보할 수 있는 라인을 가동한 것이다. 이번 협상을 외교부가 아닌 ‘정의용-남관표 라인’이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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