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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었던 황해 녹는다” 들뜬 관광-문화업계

입력 | 2017-11-01 03:00:00

[한중관계 복원]금한령에 관광업 손실 7조 넘어
“유커 돌아오나” 면세점 기대감… 중단됐던 문화교류도 재개될듯




국내 관광·문화 업계는 한중 관계 개선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침체됐던 대중국 사업의 빠른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취한 사드 보복 조치 중 대표적인 것이 금한령(禁韓令)이다. 올해 3월 15일부터 중국 여행사는 일제히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을 팔지 않았다. 한류 콘텐츠도 제재했다.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3∼9월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 줄었다. 호텔과 여행사를 포함한 관광산업, 면세점과 면세점 의존도가 큰 화장품 제조업체 등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금한령으로 인한 국내 관광산업 손실을 약 7조6000억 원으로 분석했다.

한국여행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중국 전담 여행사 대부분이 잠정 휴업 상태였다. 한중 냉전이 풀릴 기미가 보여 업계가 들뜬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면세점업계 역시 환영하는 분위기다. 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중국 춘제(春節·설·2월 16일)와 맞물려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한국관광공사 베이징(北京)지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 곧바로 평창 올림픽과 연계한 관광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산업도 중국 방송업계의 금한령 조치로 크게 위축돼 있었다. 이날 문화콘텐츠 업계에서는 “얼어붙은 황해가 녹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금한령이 해제되면 잠정 중단되거나 지연됐던 각종 협력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CJ E&M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에서 개봉하려고 기획, 개발 중이었던 영화 예닐곱 편이 사실상 ‘홀딩’ 상태였다. 문화예술 분야의 후속 조치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게임업계는 중국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중국시장에 게임, 영상, 출판물 등을 유통하기 위한 유통허가) 발급이 중단됐다. 넷마블 관계자는 “올해 초 신청한 판호가 나오기만 하면 즉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중국 사업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중국 여행사가 국내 호텔 및 면세점에 관광 상품을 문의하고 있지만 각 지방 여유국(관광국)의 최종 상품 판매 허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국 대형 여행사 내 한국 전담 부서 조직도 해체된 상태다. 전효식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실장은 “국내 여행사들도 끊겼던 관광 코스 채널을 새로 마련한 후에야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한령 해제가 완전한 사업 정상화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우선 중국이 자국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류 콘텐츠를 제한했다는 분석이 있다. 관광업계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은 중국인 여행객은 이미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실제 일본 관광업계는 한중 사드 갈등의 최대 수혜자였다.

면세점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중국인 관광객은 일본으로 가고, 한국 면세점에는 보따리상만 가득하다.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지닌 일본 여행에 맛 들인 중국인 여행객이 다시 한국으로 올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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