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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엔 외우지 말고 문제해결 능력 키워라”

입력 | 2017-11-01 03:00:00

[2017 글로벌산학협력포럼]‘산학협력,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패러다임…’ 주제로 부산 벡스코서 개최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글로벌산학협력포럼에서 미국 델라웨어대 마크 서바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이 포럼은 한국연구재단이 교육부 동아일보와 함께 ‘산학협력,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제4차 산업혁명이 일으킨 혁신의 바람은 대학 교육과정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 등 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화면서 대학과 산업체의 산학협력 분야에서의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산학협력을 위한 대학의 변화에 대해 31일 교육부, 부산시, 동아일보 공동 주최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7 글로벌 산학협력포럼에서는 심도 있고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산학협력,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국내외 교수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의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영환 부산시 경제부시장,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 김준동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서 이 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인공지능 등이 대두되는 오늘날에는 자율학습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인재가 요구된다”며 “글로벌포럼을 통해 국내외 대학 교육과정의 혁신 사례들이 확산 및 공유되어 새로운 산학협력의 길이 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인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교육 방법으로 최근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수업 방식이 PBL(Problem Based Learning·문제해결 중심 교육)이다. PBL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크 서바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는 이날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머리로만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라며 “PBL은 지식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 교육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대학 교육이 내용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서바 교수는 “미국에서는 교수들이 강의를 통해 학생들의 어떠한 능력을 키워줄 것인가에 대해 목표를 설정한 뒤 목표로 하는 능력의 중요도에 따라 강의 시간을 배분하는데 문제는 학생들에게 배우는 지식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개념을 단순히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관련된 문맥을 제시해 주면 개념을 더 쉽고 잘 이해할 수 있으며 기억도 더 잘한다”고 말했다.

또 PBL은 학생들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 모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만 해결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태억 KAIST 교수학습혁신센터장은 “사회는 새로운 역량을 많이 요구하는데 학교 교육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에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수들이 수업시간을 모두 강의에 사용해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다”며 강의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는 녹화해서 미리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업시간에는 토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수업 방식을 KAIST는 올해 150과목에서 진행하고 있다. ○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보는 능력을 키워라

PBL에서 강조하는 것은 먼저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토스텐 슛제 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와 성균관대에서 도시계획 관련 PBL 사례를 소개하며 다양한 관점에서의 문제 접근을 강조했다. 슛제 교수는 “지역을 개발하려면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극대화 통합기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수업이 시작되면 먼저 하루 정도 건축적인 관점에서 이론을 가르친 뒤 학생들에게 각자 맡을 요소를 배정해 준다. 이후 학생들은 자신이 담당한 요소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심한 뒤 찾아낸 방법에 대해 다른 학생들과 함께 모여 최종 방법에 대한 토론한다”고 말했다.

김자영 고려대 교수도 문제 해결에 앞서 다양한 관점의 분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제가 무엇이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학생 스스로 낸 뒤 이를 동료와 토의해 실행 가능한 방법을 찾기에 앞서 먼저 각자가 맡은 분야에 대해 전문가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학생들은 스스로 현장 답사와 사례 연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은 PBL을 통해 스스로 약점을 알아낼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개선 방법도 찾아내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 현장과의 연계는 여전히 중요하다

산학협력에서 전통적으로 강조하는 현장의 중요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부총장은 기업체와 연관된 새로운 형태의 PBL을 소개하며 “한양대는 산업현장의 실제 과업을 학습 시나리오로 개발해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생하고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도록 했다”며 “사회 수요를 반영한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모델로 산업체와 연계한다는 점이 기존의 PBL과 차별되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의 매튜 터너 창원대 교수도 프랑스의 인턴십제도를 소개하며 실질적인 현장 연계 학습을 강조했다. 터너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대학교 학사와 석사과정을 통해 세 번의 인턴십 과정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며 “인턴십 과정에서 기업들이 학생들을 단순 업무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프랑스처럼 관련 규정을 만들어 엄격한 조건과 협약을 명시하고 감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충락 부산대 교수는 일방적인 강의를 통한 수업이 아닌 컴퓨터를 활용해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방식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 대학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이론에만 치중하다 보니 소프트웨어 기술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