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해 보이는 이런 논의가 가능한 것은 미국 화폐 발행 제도 때문이다. 연준은 미국 재무부 채권을 담보로 잡고 그 가치만큼 ‘빌려주는’ 형식으로 달러(지폐)를 발행한다. 이자도 받는다. 다만 지폐가 아닌 동전만큼은 미국 정부가 주조한다. ‘1조 달러 동전 발행론’이 대두된 이유다. 미국 대통령이 의장과 이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연준을 국책은행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JP모건, 씨티은행 등이 주주인 사(私)기업이다. 주주들은 수입의 6%가량을 배당금으로 받아간다. 예산도 의회와는 관계없다. 연준이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배경이다. 연준 의장이 달리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1987년 8월부터 2006년 1월까지 18년 넘게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준 의장이다. 경제 호황기에 의장을 맡아 ‘과도하게 많은 업적을 인정받았다’(‘불황의 경제학’·폴 크루그먼)는 평가도 있지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든 것이 사실이다. 그게 부담스러웠는지 스스로 “내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사이의 타협을 찾아내는 데 명수”라고 평가했다. 그린스펀 뒤를 이은 벤 버냉키 전 의장과 현 재닛 옐런 의장은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