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리스타트 잡페어]희망 찾은 구직자들
2년 전 군에서 퇴역한 뒤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했던 최송현 씨(51)는 ‘2017 리스타트 잡페어’ 첫날인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았다가 재취업의 꿈을 이뤘다. 건축물 종합관리 업체 부스에 이력서를 내고 현장 면접을 본 그는 바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직업 군인 경력 덕분이었다. 회사 측은 책임감이 있고 일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달 6일부터 대형 건설현장의 안전 감시업무를 맡았다. 최 씨는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위험 요소를 체크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가 좋아 기쁘다. 역시 일터에 있어야 힘이 난다”고 말했다.
경력 단절로 일자리 찾기에 어려움을 겪던 정미영 씨(52·여)도 리스타트 잡페어에서 ‘인생 제2막’의 희망을 봤다. 1999년부터 7년간 학습지 영어 선생님으로 일했던 정 씨는 1일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 부스에서 자신의 경력을 살려 방문보육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소개받고 등록했다. “이달 시작되는 교육만 잘 이수하면 채용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자 정 씨는 “기운이 난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2017 리스타트 잡페어’ 마지막 날인 1일 여성 구직자들이 부스에서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이번 리스타트 잡페어에는 이틀간 4만여 명이 다녀갔다. 이력서를 들고 나온 중년, 유모차를 끌고 온 경력단절 여성, 졸업을 앞둔 대학생 등 다양한 구직자들이 취업문을 두드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전일제 정규직과 파트타임 비정규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도 많았다. 한국맥도날드 부스에서는 20, 30대들이 “파트타임으로 들어가도 정말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명주 한국맥도날드 인사팀장은 “파트타임으로 들어와 매장에서 고객 서비스 태도가 뛰어나다고 평가되면 3개월 만에도 정규직 채용이 되기도 한다”며 이들에게 다양한 근로 형태와 가능성을 설명했다.
‘일자리 가뭄’ 속에 젊은이들은 창업이나 귀농, 귀촌에도 눈을 돌리고 있었다. 백경재 씨(26)는 자신의 대학 전공인 조경을 살려 귀농·귀촌을 고려하고 있다. 백 씨는 “평소에 귀농에 관심이 많았지만 관련 정보를 얻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마침 리스타트 잡페어에 귀농귀촌종합센터가 있어 귀농·귀촌에 필요한 준비 과정을 상세히 들었다”고 말했다.
리스타트 잡페어 현장에서 만난 경력단절 여성과 퇴직 중년들은 일단 나이부터 따지고 보는 채용 시장의 장벽이 허물어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15년 동안 간호조무사로 일했다는 이옥자 씨(54·여)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지만 50세가 넘으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만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 나이보다는 능력을 보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