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복합기가 레이저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옛말이다. 잉크 한 통 넣으면 수천장을 출력 할 수 있는 무한잉크 제품이 대중화 된 덕분이다. 무한잉크 제품이 품질이나 A/S 면에서 불리하다는 이야기 역시 이젠 무의미하다. 비공식 업체를 통해 비정품 부품을 달 필요 없이 프린터/복합기 제조사에서 공인하는 정품 무한잉크 제품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팔리던 무한잉크 제품군은 기능이 매우 부실한데다 가격도 비쌌다. 하지만 최근에는 와이파이와 같은 고급 기능을 지원해 활용도가 높아졌으며, 가격 역시 20만원 근처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졌다. 현재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3사(캐논, 엡손, 브라더)의 보급형 무한잉크 복합기 중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모델을 직접 쓰며 비교해봤다.
와이파이 지원, 20만원 근처에 살 수 있는 무한잉크 복합기 3종
비교 대상은 캐논 PIXMA G3900과 엡손 L385, 그리고 브라더 DCP-T500W다. 세 제품 모두 제조사에서 공인한 정품 무한잉크 시스템 및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프린터와 스캐너, 그리고 복사기의 기능을 갖춘 4색 잉크(블랙 1색 + 컬러 3색) 지원의 A4 용지용 잉크젯 복합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캐논 PIXMA G3900과 엡손 L385, 그리고 브라더 DCP-T500W(출처=IT동아)
그 외에 3개 모델 모두 팩스나 ADF(자동 연속 원고 공급 장치)와 같은 사무실 취향의 일부 고급기능을 탑재하고 있지 않은 점 역시 같다.가격은 2017년 10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캐논 PIXMA G3900이 23만 5,200원, 엡손 L385가 19만 9,000원이며, 브라더 DCP-T500W가 21만 5,000원에 팔리고 있다. 엡손 L385이 살짝 저렴하고 나머지 모델들도 20만원 근처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구매 시 비교하며 고민할 만 하다.
내장형 잉크 탱크의 깔끔함 갖춘 캐논과 브라더 제품
제품의 외형을 비교해보면 3가지 모델 모두 가로 440mm 내외, 세로 300mm 내외의 사이즈를 갖추고 있는데, 엡손 L385의 가로 길이가 482mm로 유난히 길다. 이는 3개 모델 중 엡손 L385가 유일하게 외부 부착형 잉크탱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장형 잉크탱크를 탑재한 캐논 PIXMA G3900이나 브라더 DCP-T500W에 비해 외형적인 깔끔함과 배치 편의성 면에선 약간 불리한 면이 있다.
캐논 PIXMA G3900의 내장형 잉크 탱크(출처=IT동아)
캐논 PIXMA G3900와 브라더 DCP-T500W는 잉크탱크가 내장형이고 전면 투명창을 통해 잉크의 남은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엡손 L385 역시 잉크의 잔량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잉크 탱크 위치의 특성상 잉크의 잔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본체 측면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엡손 L385의 외장형 잉크 탱크(출처=IT동아)
잉크를 주입하는 구조 역시 차이가 있다. 캐논 PIXMA G3900은 본체 상단 전체를 올리면, 브라더 DCP-T500W는 전면 우측 커버를 열면 잉크 탱크가 모습을 드러내므로 커버를 열고 고무 마개를 빼면 그대로 잉크를 주입할 수 있다. 반면 엡손 L385는 측면의 잉크탱크를 본체에서 잠시 떼어 눕힌 후 고무 마개를 빼고 잉크를 주입한다. 엡손 제품 역시 정품 무한잉크 시스템이지만, 디자인 자체는 시중의 비정품 시스템과 유사한 느낌이다.
브라더 DCP-T500W의 내장형 잉크 탱크(출처=IT동아)
노즐 막힘은 잉크젯의 숙명?
참고로 각 사의 제품은 잉크 분사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캐논 제품은 노즐 안에서 히터로 열을 가해 공기로 잉크를 분사시키는 버블젯 방식, 엡손과 브라더는 전기를 가해 압전 소자를 진동시켜 잉크를 분사시키는 피에조 방식으로 인쇄한다.
피에조 방식이 적은 수의 노즐로도 좀 더 정교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잉크 노즐 막힘 현상이 상대적으로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단점이다. 노즐이 막히면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이미지 일부에 흰 줄이 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는 상당량의 잉크를 소모해서 이를 뚫는 클리닝 작업을 해야 하며, 이런 방법으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수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엡손이나 브라더 제품은 전원만 연결해 두면 정기적으로 자동 청소를 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전기와 잉크가 추가적으로 소모된다.
버블젯 방식의 경우는 같은 수의 노즐을 이용할 경우 피에조 방식에 비해 이미지의 정교함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나, 이 때문에 노즐의 수 자체를 늘리거나 복수의 히터를 달아 잉크방울의 크기를 미세하게 제어하는 방식으로 이미지의 품질을 보강하곤 한다. 무엇보다도 버블젯 방식은 기포와 함께 잉크를 분사하기 때문에 피에조 방식에 비해 막힘 현상이 적고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캐논 PIXMA G3900은 카트리지형 헤드로 간단히 노즐 교환이 가능(출처=IT동아)
특히 캐논 PIXMA G3900의 경우는 내장형 무한 잉크 탱크 외에 노즐이 일체화된 헤드가 카트리지화 되어있어 손쉽게 헤드의 분리 및 교체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혹시나 노즐이 막히더라도 카트리지만 교체하면 문제가 해결되므로 관리 측면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무한잉크 복합기를 구매한다면 역시 잉크의 용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잉크 가격은 싸면서 양은 많은 것이 좋으며, 본체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번들 잉크의 양 역시 넉넉할수록 좋다. 과거에 출시된 일부 잉크젯 프린터의 경우, 따로 팔리는 잉크 카트리지에 비해 턱없이 적은 용량의 번들 잉크를 제공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번에 살펴본 3사 제품 모두 따로 팔리는 잉크와 동일한 용량의 번들 잉크를 제공한다.
캐논 PIXMA G3900의 잉크(출처=IT동아)
캐논 PIXMA G3900은 GI-990 규격의 잉크를 사용하며, 제조사 기준 최대 6,0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135ml 블랙 잉크와 최대 7,0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70ml 컬러 잉크를 1병씩 제공한다. 이 잉크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 병당 9,400원 정도에 팔린다. 병당 잉크의 양은 경쟁사 제품 대비 가장 넉넉하다.
엡손 L385의 잉크(출처=IT동아)
엡손 L385의 경우는 블랙 / 컬러 동일한 70ml 용량의 잉크(664 규격)를 1병씩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흑백 문서 최대 4,000매, 컬러 문서 최대 6,5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엡손 664 규격의 잉크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 블랙 잉크는 병당 5,600원 정도 컬러 잉크는 6,200원 정도에 팔린다. 비교 제품에 비해 블랙 잉크의 용량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일반 문서 출력을 주로 하는 환경에선 다소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브라더 DCP-T500W의 잉크(출처=IT동아)
브라더 DCP-T500W는 최대 6,0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블랙 잉크(BT6000BK, 100ml와 최대 5,000매의 출력이 가능하다는 컬러 잉크(BT5000C, BT5000M, BT5000Y, 각 45ml)가 들어있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 블랙 잉크가 9,500원, 컬러 잉크가 9,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블랙 기준 소모되는 잉크 값을 단순 계산하면 캐논이 장당 1.56원, 엡손이 장당 1.4원 브라더가 1.58원으로 거의 같다, 다만, 캐논 제품의 잉크 통(번들 잉크 포함)이 가장 크기 때문에 초반부터 체감하는 경제성 면에서는 캐논 PIXMA G3900이 강점을 보인다. 다만, 2017년 10월 현재 브라더는 DCP-T500W 구매시 블랙 잉크 1병을 보너스로 더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으니 구매 전에 이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안료 잉크과 염료 잉크의 차이점
참고로 각 제품의 잉크 성분에도 차이가 있다. 안료 잉크는 색이 진하고 물이 묻어도 잘 번지지 않아 텍스트 문서 출력에 유리한 반면, 염료 잉크는 다양한 컬러를 표현할 수 있어 이미지 출력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캐논 제품과 브라더 제품의 경우는 블랙은 안료, 컬러는 염료 잉크를 이용하여, 엡손 제품은 블랙과 컬러 모두 염료 잉크를 이용한다. 엡손 제품이 이미지 출력에 좀 더 중점을 둔 반면, 캐논과 브라더 제품의 경우는 텍스트와 이미지 출력 품질의 균형을 잡으면서 문서의 보존성 측면에서 좀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캐논 PIXMA G3900 출력 문서(안료 잉크)>(출처=IT동아)
<엡손 L385 출력 문서(염료 잉크)>(출처=IT동아)
<브라더 DCP-T500W 출력 문서(안료 잉크)>(출처=IT동아)
실제로 각 모델로 출력한 흑백 문서에 물을 묻혀보니 캐논 PIXMA G3900과 브라더 DCP-T500W로 출력한 문서는 번짐이 거의 없었지만 엡손 L385로 출력한 문서는 글자가 상당히 많이 번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료 잉크와 염료 잉크의 특성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전반적인 기능은 유사, 세세한 차이점은 있어
전반적인 기능면에서는 유사한 점이 많다. 3개 기종 모두 수동 양면인쇄 기능을 지원하므로 홀수 페이지의 인쇄가 끝난 용지를 뒤집어 넣으면 나머지 짝수 페이지의 인쇄가 진행되면서 양면 인쇄를 완료할 수 있다.
와이파이 기능 역시 모두 지원하는데, 제품을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해당 공유기를 같이 쓰는 다른 모든 PC에서 공용 프린터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캐논, 엡손, 브라더 각사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이용해 와이파이를 공유하는 스마트폰 내의 사진이나 문서의 출력이 가능하며, 구글 클라우드 프린팅 기능을 이용하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 출력을 할 수 있다.
3종 모두 와이파이를 통한 모바일 출력 기능을 지원한다(출처=IT동아)
다만, 세세한 차이점이 없지는 않다. 캐논 PIXMA G3900과 엡손 L385는 출력 속도를 절반 정도로 낮추는 대신 인쇄 소음을 줄이는 저소음 모드를 갖췄으며, 브라더 제품은 저소음 모드가 없는 대신 제품 전면 상단의 흑백 LCD 및 하단의 용지 적재함을 탑재했다.
캐논 PIXMA G3900은 유지관리 관련 부가 기능이 가장 충실하다. 노즐 청소와 좀 더 많은 양의 잉크를 분사해서 심한 노즐 막힘을 제거하는 정밀 청소 외에도 용지를 연속으로 통과시켜서 롤러의 더러움을 제거하는 롤러 청소, 용지의 배출과 흡입을 반복하면서 용지 배출구를 닦는 밑판 청소 기능도 지원하므로 한층 편하게 제품 관리를 할 수 있다.
엡손 L385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비교 제품 중 유일하게 여백(경계면) 없는 인쇄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지의 가장자리에 흰 공백이 없이 용지를 꽉 채워서 출력하는 기능인데, 이는 특히 사진을 출력할 때 유용하다. 후속 모델이 나오면 꼭 개선해 주었으면 한다.
무한잉크 제품군의 상향평준화, 선택 기준은?
제조사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정품 무한잉크 프린터/복합기가 시장에 처음 출시된 것이 5~6년 전의 일이다. 당시의 초기형 제품들은 기능이 부실한데다 가격도 그다지 싸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와이파이와 같은 고급 기능까지 갖춘 제품을 20만원 근처에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살펴본 3개 제품 모두 수준급의 기능과 디자인을 제공, 각자 나름의 구매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캐논 PIXMA G3900이었는데, 무한잉크 특유의 경제성 외에 전반적인 기능 면에서 딱히 나무랄 데가 없다. 무엇보다도 잉크 용량이 크며 유지관리 기능이 다양한데다, 잉크 막힘이 적은 버블젯 방식이고 카트리지 형식의 헤드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 관리의 어려움 없이 오랫동안 제품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가장 적합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반적인 특성 및 부가기능 중심으로 3사의 제품을 비교해봤다. 다음 기사에서는 각 제품을 이용해 직접 문서 및 사진을 출력하며 출력 속도 및 품질을 확인해보자.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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