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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복 등학교 금지’ 조치에 뿔난 고3 여고생들 “교복 스트레스 추가”

입력 | 2017-11-02 13:46:00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A여고 대신 전해드립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서울 노원구의 A 여자고등학교에서 ‘복장 단속’ 문제로 고3 학생과 교사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온라인을 통해 사연이 전해지면서 누리꾼 간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A 여고의 갈등은 지난달 말 학교에서 체육복을 입고 등하교 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시작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A 여고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교사의 전달사항이 적힌 것으로 보이는 칠판 사진이 올라와 있다. 체육복을 입고 등하교 하는 것과 교내 사복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또 이를 어길 시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는 내용도 적혀있다.

지난해까지는 수능을 30일 앞둔 3학년에겐 체육복 등하교가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페이스북에 올라온 제보글에는 “1~2학년 때 체육복 입고 등하교 하는 3학년 언니들을 봐왔고 선생님들도 3학년이 되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우리가 3학년이 되자 돌아오는 것은 ‘교칙 준수에 따른 교복 필착 및 체육복 등하교 전면 금지’였다”라고 전했다.

체육복 등하교를 금지하는 이유를 듣기 위해 동아닷컴은 학교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페이스북 페이지에 학교가 왜 이같은 결정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한 고3 학생은 “체육복 등하교를 금지하는 이유는 ‘1~2학년이 보고 따라 할 것이다’, ‘학교의 위상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 등 뿐이었다”라며 수능이 21일 남은 시점에서 이런 통보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또 어떤 학생은 학교에 “3학년 체육복 등·하교 허용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교복이 너무 불편해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등하교시)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학교 측의) 근거에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라고 말했다. 대자보에서 전해진 학교 측 근거는 ‘교복이 예쁘고 보기 좋다’, ‘교복이 유명무실 해진다’, ‘1~2학년이 따라 배운다’라는 내용이다.

대자보는 “공부할 때 예뻐야 할 이유는 없다. 정 예쁜 게 좋다면 염색과 파마도 허용하라”며 “졸업식 전날까지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수능 날까지는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 여고에서 벌어진 사소한 갈등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의견을 냈다. 일부 누리꾼은 “고3이 벼슬이냐”, “규칙을 지키면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에 정장 입고 출근하는 것과 비슷한데 정돈된 복장이 주는 영향이 분명 있음” 등의 지적을 했다.

반대로 “학생들이 공부하려고 학교 가지 어른들 보기 좋으라고 학교 가나?”, “공부하느라 힘든 아이들 옷도 편히 못 입게 하는 건가. 교사들도 정장 입고 다녀라” 등의 의견도 나왔다.

무엇보다도 교복이 너무 불편해 안쓰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스타킹, 속바지, 허리 조이는 치마로 하루 종일 배를 압박한다”, “3학년이면 1학년 때 맞춘 교복 단추도 안 채워진다. 1년 정도는 작아진 교복에 아이들 구겨 넣지 말고 체육복 등교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교복 치마는 춥고 교복 바지는 늘어나지도 않는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일부 고등학교의 복장 규제가 너무 엄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저는 부산에 사는 고3인데 저 학교는 양호한 거다. 추워서 겉옷 입으면 압수하고 여학생이 바지 교복 입으려면 생활지도부에 허락받고 입도록 돼있다”, “우리 학교도 그런다. 체육시간 앞뒤 말고는 체육복 못 입는다. 교복 단추 풀어도 안 됨. 셔츠는 바지랑 치마 안에 넣어야 하는데 튀어나오면 혼난다”, “자존심 다 버리고 살쪄서 단추 푼 거라고 하면 ‘그럼 네가 살을 빼’라고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