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어디에 썼는지 몰라” 주장 작년 국정농단 의혹으로 중단했다, 2개월뒤 다시 2억 상납받아 친박핵심 “사적으로 쓴적 없다 들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소환 계획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받아 어디에 썼고, 어떻게 보관했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재만 전 대통령총무비서관(51·구속)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했지만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구속)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어디에 썼는지 묻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국정원 돈이 박 전 대통령의 은밀한 비자금, 이른바 ‘통치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통치자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했던 인사에게 확인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은 ‘단 한 푼도 사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채우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를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에서 돈 전달은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64)이 담당했다. 이 전 실장이 청와대 근처에 도착하면 주로 이 전 비서관 또는 안 전 비서관이 차량 편으로 마중을 나왔다. 이 전 실장은 두 비서관이 타고 나온 차에 함께 탑승해 청와대 부근을 돌면서 돈 가방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국정원 돈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최 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는 “최 씨가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마주쳤을 때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현금을 놔뒀다. 그 돈으로 딸 정유라(21)와 손주를 돌봐 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 씨는 (국정원 돈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확한 돈 전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에 특활비를 갖다 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남재준(73), 이병기(70), 이병호 전 국정원장(77)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이므로 추가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 특활비도 수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