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봉합 한중관계, 아쉬움 많아 中, 국제규범 무시… 자기 방식만 고집 유사 사례 발생시 위험 분산 대안 필요 쉬운 상대 인식되면 같은 문제 반복 우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그러나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큰 것은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등 ‘3NO’ 문제가 포함된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완성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인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미리부터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7월 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인데 이와 배치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정부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앞으로 중국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며 우리를 압박하는 명분과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중국에 칼자루를 쥐여준 셈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우리가 받은 피해에 대한 중국의 유감이나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금한령(禁韓令)을 내린 적이 없기에 그런 문구나 유감 표명이 포함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보복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재발 방지 약속이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이 우리에게 보복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마늘파동 때도 유사한 경험이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잊혀졌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에만 ‘올인’하지 말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중국의 보복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에는 양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중국에 명확히 하고 지켜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당장의 경제적 피해와 보복 때문에 굴복한다면 더 쉬운 상대로 인식되고 앞으로도 이런 불합리하고 부당한 행동이 지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을 대(對)중국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사드 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에도 중국이 우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배경에는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한미중 3국 관계가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구도로 될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이런 중국의 바람과는 반대로 한미 관계가 강화되는 반면 한중 관계는 소강 국면에 놓여 있었다. 또한 한일 관계도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중국이 제일 걱정하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도 추진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지역안보 구도가 중국에 불리하게 구성되기 시작했다.
한미일 3국 관계에서 공략이 가장 쉬운 한국을 선택해서 한미동맹 강화를 차단하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려면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중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고 하여 미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