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휘트니 휴스턴 ‘Greatest love of all’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노랫말은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의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사용한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거나 혐오하는 사람은 ‘괴물 같은 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어?’ 하면서 상대방에게 잘 다가가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랑을 믿지도 못하죠. 또 상대방이 주는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완벽한 사랑을 요구합니다. 성장하며 제대로 된 사랑을 못 받았기에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 것이죠. 결국 스스로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사랑을 믿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어린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1차적인 양육자(주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양육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성장할 수밖에 없는 어린아이에게 양육자의 부재나 위협이나 냉대는 죽을 것 같은 공포로 경험됩니다. 그 두려움이 지속되면 큰 상처, 트라우마가 되죠.
아이는 그런 감정을 가지는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여기며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친밀감과 사랑을 원하면 자꾸 상처를 받고 분노하고 불안해지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니까, 타인과 가까워지는 것을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인간은 친밀감을 본능적으로 필요로 하죠. 결국 어쩔 수 없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면, 과거 양육자와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 패턴이 다시 반복됩니다. 그럼 억압되었던 감정, 분노가 엉뚱한 시점에서 엉뚱한 대상에게 터지죠.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방어기제는 매우 완고하고, 불안정한 뇌는 융통성이 없어서 과거에 하던 방법과 패턴을 고집합니다. 지금 내 앞의 사람은 과거의 냉정하거나 학대하던 양육자가 아닌데도 말이죠.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도우려 하는 사람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하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나를 진정으로 위하는 사람의 사랑을 통해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험들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되어야 하죠. 그러려면 용기를 내서 타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의 사랑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야 가장 중요한 사랑을 할 수 있으니까요.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