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의 사진 원본은 동아일보 독자정보실을 통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02-2020-0300
벽에 그려진 넝쿨 그림을 따라 계단을 내려갑니다. 단단한 철문 뒤로 커다란 나무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와인 숙성 창고입니다. 나무 통 속에서 붉은색 술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와인 하면 흔히 외국산 포도주를 떠올리지만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와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경기 파주시 감악산 아래 자리한 이 농원에서는 1979년부터 산머루를 이용해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만나왔던 와인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납니다. 머루로 만든 와인은 타닌 성분이 적어 와인 초보자들이 다가가기 쉽다고 합니다.
열매는 와인으로 변신하기 위해 어둠 속으로 들어가 짧게는 3년에서 10년까지도 지낸다고 합니다. 한 번의 결실에 만족하지 않고 와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어두운 저장고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모습 중년 남자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저장고 속 산머루 와인은 또 한 번의 겨울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파주=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