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짜뉴스 이렇게 퍼진다]<1> 은밀하고 손쉬운 생산-유통
《 가짜 뉴스가 사람 잡는다? 농담 같지만 현실이다. 가짜 뉴스는 ‘온라인 유머’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기업을 망하게 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숙주(宿主) 삼아 기생하던 가짜 뉴스 바이러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섭게 퍼지고 있다. 한 번의 터치와 클릭만으로 감염되는 무서운 ‘소셜 전염병’이다. 과연 우리는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
○ 가짜 뉴스의 시작… 검색 조작
취재팀이 만난 이모 씨(35)는 수년째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를 만난 건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한쪽에는 큼지막한 동네 지도가, 반대편에는 부동산 관련 서류가 가득했다. 캐주얼 정장을 입은 이 씨는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평범한 부동산 중개업자와 다를 바 없었다. 기자의 상상과 거리가 멀었다.
이 씨는 “모든 업무는 원격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댓글 1만 개를 달아도 위치정보만 조작하면 된다. 경찰은 아무리 찾으려 해도 허탕이다”라고 말했다.
‘의뢰인’은 다양하다. 동네 식당부터 병원 옷가게 대부업체 등 각양각색이다. 우선 원청 격인 ‘종합대행사’라고 불리는 업체를 거친다. 종합대행사는 분야별로 작업을 나눠 ‘실행사’로 불리는 업체에 맡긴다. 실행사가 바로 여론 조작의 ‘원천 기술’ 보유 업체다. 이들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아 댓글을 달게 하거나, 유명 맘카페 등에서 회원으로 위장해 활동하면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후기를 남긴다. 이를 ‘침투 작업’이라고 한다.
○ 공공기관, 정치권까지 은밀한 의뢰
온라인 마케팅 계약을 중개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견적 요청 게시물. 대부분 특정 성별이나 직업군을 대상으로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가짜 또는 과장 정보를 올려 달라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공감 댓글과 공유 1건을 달성하면 보통 100원을 지급받는다고 한다. 이 씨는 “사업 발주 기관은 이런 작업이 의뢰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해당 기관에는 실제 홍보·마케팅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작업 중 일부는 ‘자동’으로 실행된다. 이른바 ‘품앗이 프로그램’이다. 작업을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자동으로 공감 버튼을 눌러주거나 댓글을 달아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 씨는 “‘선거 마케팅’이라며 ‘냄새가 나는’ 제안이 가끔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열이면 열 모두 계약서를 쓰지 않는 등 은밀한 조건이 붙는다. 이 씨는 “적발되더라도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포털·SNS로 몰리는 가짜 정보
언더 마케팅 업계가 가짜 정보를 생산하면 이 정보가 퍼지고 가짜 뉴스로 가공되는 곳이 포털사이트다. 유통 및 2차 생산 기지인 셈이다. 포털의 이런 상황은 특히 한국에서 심하다. 그만큼 포털의 영향력이 큰 탓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보고서 2017’에 따르면 한국인의 절반 이상(60%)이 뉴스를 접할 때 포털·검색 사이트를 선호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3번째로 높다. 가짜 정보는 영향력이 더 큰 포털을 찾아 몰릴 수밖에 없다. 포털의 막강한 파급력에 비해 가짜 정보 유통 관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블로거 10여 명이 참여했다. 게시물에는 ‘충격’ 등 자극적인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이들에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경쟁 업체 의뢰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히 이 내용은 가짜 뉴스로 퍼지지 않아 B사는 큰 손해를 면했다. 이 씨는 “회사를 성공하게 만드는 마케팅은 어렵지만 망하게 하는 마케팅은 순식간”이라며 “사실을 교묘하게 편집한 다음 일반인이 올린 것처럼 하면 조회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