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순방]스스로 ‘미치광이’ 포장한 트럼프 日 도착전 “북핵 해결보다 큰 목표”… 한미FTA 개정 등 강공 나설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일본에 도착하기 전 전용기에서 한 발언이다. 아시아 5개국 순방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얻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7, 8일 한국을 방문해서도 강한 통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통상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정과 장소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하는 일정이 많아 회담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미치광이’라고까지 포장하며 한미 FTA 재협상과 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무역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안보와 경제 이슈를 분리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없지 않지만 대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안전보장의 대가로 한미 FTA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11월에 열릴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공을 펼 가능성이 높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일본 출발을 앞둔 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정한 무역은 미국 소비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북핵 문제보다 미국 내 지지율 만회를 꾀할 수 있는 통상 분야에서 한 방을 노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부와 외교부는 지난달에 FTA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따른 대응책을 주로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한국도) 폐기 카드를 쓸 수 있어야 최선의 협상 결과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 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