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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미군’ 떠난 자리… ‘송중기-송혜교 커플’ 체험 외국관광객 북적

입력 | 2017-11-06 03:00:00

[Scene # City]<17> ‘태양의 후예’ 속 캠프 그리브스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가상 국가 우르크에서 강진이 일어나자 조난자를 구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강모연(송혜교)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장면. KBS 태양의 후예 공식 티저 캡처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km 떨어진 이곳은 우리 땅이지만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사전에 신청하고 신분증 검사를 마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출입이 제한돼 분단의 상징처럼 알려졌지만 최근 관광지로 이름이 높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다. 지난달 31일 드라마 주인공 송중기 송혜교가 백년가약을 맺으며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는 이곳 ‘캠프 그리브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는 태양의 후예에서 가상 국가 우르크로 나온다. 드라마에서 귀국을 앞둔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연모의 정이 싹트던 의료봉사단 소속 전문의 강모연(송혜교)에게 말한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강모연은 아련하게 쳐다보면서 “유시진 씨는 되게 멋있어요. 멋있지만 너무 위험하고, 위험해서 싫은데 모든 순간이 매력적이죠. … 그런데 자꾸 어디론가 떠나시네요. … 지금은 그냥 밉습니다. 사과하세요. 사과받을게요”라고 대답한다. 송혜교가 훗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설렜던 유시진의 대사”라고 말한 이 장면을 캠프 그리브스 세트장에서 찍었다. 사과가 ‘정말’ 고백이 돼버렸다.

3일 ‘태양의 후예’ 촬영 장소였던 경기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를 찾은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이 군복을 입고 군용트럭에 올라 사진을 찍고 있다. 파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캠프 그리브스는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 미군 2사단 보병이 50여 년간 주둔하다 2004년 8월 이전했다.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모델인 미 101공수 506연대도 실제 여기에 있었다. 미군이 떠난 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막사를 개조해 2013년 12월 유스호스텔로 개장했다. 10명이 머물 수 있는 객실 12개를 비롯해 20개 객실에서 한 번에 24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대강당과 회의실, 식당, 분임토의실 등도 갖췄다.

처음에는 청소년 안보교육을 주로 했지만 경기관광공사는 지난해 6월 ‘태양의 후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군복 입고 세트장 곳곳에서 사진 찍기, 이름과 생일을 새긴 군번줄 만들기, 크로마키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입던 군복을 입고 파란색 배경(크로마키) 앞에서 촬영하면 실제 드라마에 나온 듯 사진이 찍힌다. 태양의 후예에 나온 군용 천막과 트럭, 군수품을 넣어둔 창고가 약 2500m² 터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 프로그램을 찾는 관광객은 매달 약 1400명인데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이 95%다. 3일에도 말레이시아 관광객 36명이 찾았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알빈 봉 씨(39)는 “처음 군복을 입어 봤다. 신기하고 마치 드라마 속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주제가 ‘You Are My Everything’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흘러나왔다. 태양의 후예 프로그램은 올해 끝난다. 이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싶은 10명 이상 단체관람객은 예약센터(031-953-6984)로 문의하면 된다.

물론 내년에도 DMZ 연계 관광코스는 여전히 돌아간다. 제3땅굴을 비롯해 도라산전망대와 도라산역 도라산평화공원 임진각 평화누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임진강 주변 습지와 초평도 등에서 생태체험도 가능하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캠프 그리브스 옛 미군 시설을 활용해 역사공원(면적 11만8714m²)을 조성할 계획이다. 미군 장교클럽을 리모델링해 임진강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을 만든다. 캠프 그리브스에서 임진강 남쪽 임진각 관광지를 연결하는 길이 810m의 곤돌라도 설치한다.

파주=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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