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한국시리즈·페넌트레이스 통합 MVP의 환한 미소다. KIA 양현종이 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에서 열린 2017 KBO 시상식에서 시즌 MVP에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맞춤하며 기뻐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꿈같은 한 해였다.”
KIA 양현종(29)은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울먹거렸다. 그동안 꿈에 그리던 가장 높은 무대에 우뚝 선 순간이지만, 남모르게 뒤에서 뒷바라지를 한 가족들을 떠올리자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2017년은 그야말로 ‘양현종 천하’다. 이미 지난달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KS)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그는 6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1982년 KBO 출범 후 한 해에 정규시즌과 KS MVP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사상 최초다.
KIA 양현종.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서 등판해 193.1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방어율 3.44를 기록하면서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국내 투수로는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18년 만에 20승 투수가 됐고, 1995년 LG 이상훈 이후 무려 22년 만에 선발 20승을 거둔 터라 일찌감치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됐다.
양현종은 수상자로 호명되자 단상에 올라 “올 시즌은 꿈같은 한 해였다. 마지막에 큰 상을 받게 돼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팀 대표로 받은 것 같아서 더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가족 얘기를 하는 순간 울먹거려 주변을 숙연케 했다. “가족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시즌 중에 부모님도 많이 고생하셨는데 와이프가 애 둘을 키우면서 힘들어했다. 멋진 아들, 멋진 남편, 멋진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이어간 그는 “어릴 때부터 MVP나 골든글러브보다는 영구결번이 가장 목표였다”고 마지막 꿈을 얘기했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로 1년 계약을 해 재계약 문제가 남아 있어 새 시즌 행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허영택) 단장님도 계시지만, KIA 팬들에게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KIA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 그는 “KIA에서 내년에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단장님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다른 팀 유니폼을 입으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희박하다. 내년 우승을 위해서 KIA에 남고 싶다”는 뜻을 재차 전했다.
한편 2017년 신인왕은 예상대로 넥센 이정후가 차지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79안타는 KBO 역대 신인 최다안타 신기록이다. 이정후는 투표인단 107명 중 98명에게 1위표를 받아 만장일치에는 실패했지만 535점 만점에 압도적인 503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