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골목시장]<1> 서울 자양전통시장
자양전통시장에는 시장을 40년간 지킨 상인이 많다. 골목 사이사이 위치한 시장 특성상 상인 대부분이 자양동 주민이다. 리어카 시절부터 시장 골목을 지킨 김정성 씨(왼쪽 사진), ‘자양시장 기부천사’로 유명한 장춘조 씨.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시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1∼4동에 걸쳐 숨쉬는 자양전통시장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귀금속 가게를 하는 박상철 자양전통시장 조합장(57)은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시절 시장이 생겨났다고 했다. 박 조합장은 “지금이야 길이 잘 나 있지만 예전엔 논길이어서 1동에서 2동으로 가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고 말했다.
자양전통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모습을 갖춘 건 1972년이다. 자양동 골목 사이에 노점, 리어카를 두고 물건을 팔던 상인들이 정식 점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약 30년간 자양전통시장은 말 그대로 ‘재래시장’이었다.
먼저 시장을 일곱 구역으로 나누어 방문객들이 찾기 쉽게 하고 대형마트처럼 각종 나물, 채소, 과일 등을 소량 단위 묶음으로 포장해 판매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주부와 시장 상인이자 손님인 자양동 주민을 위해 2014년엔 고객쉼터도 만들었다. 쉼터에는 시장 물건 배송을 책임지는 공동물류센터와 하자가 있는 물건을 교환해주는 곳도 있다. 대형마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훨씬 더 정겹고 자연스럽게 해야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 대형마트에는 없는 서비스도 추가했다. 동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워낙 한동네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시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조합장은 “주변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리 동네 대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자양전통시장은 ‘전통시장계의 다윗’으로 불리기도 한다. ‘골리앗’ 같은 대형마트에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시장 상인들의 고군분투로 ‘재래시장 현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하는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지원금 5억2000만 원으로 자양전통시장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은 도심이나 주택단지에 위치한 시장을 대상으로 고유한 개성과 특색을 발굴해 주민친화형 특화시장으로 육성하는 정부 사업이다. 2015년 첫선을 보인 이 사업은 2년간 총 141개 시장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총 200개의 시장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편의점 같은 역할도 하겠다는 의지로 소비자 수요에 맞춘 자체 브랜드 상품도 개발했다. 골목시장을 들르는 고객 중에는 인근 아차산을 찾는 등산객이 많았는데, 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든 것이다. 자양전통시장의 맛(味)있는 도시락이라는 의미를 담은 ‘자미락’이 바로 그것이다. 자미락은 당일 조리, 당일 판매가 원칙이다. 소금, 설탕 함유량을 줄여 ‘건강한 도시락’으로 불린다. 메뉴는 돈가스, 제육볶음, 소불고기, 오삼불고기 등 다양하며 3인분 이상은 배달도 가능하다. 박 조합장은 “시장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재료로 도시락을 구성하고 있어 편의점 도시락보다 훨씬 신선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자양전통시장의 차기 목표는 ‘핵심 점포’ 육성이다. 핵심 점포란 시장을 대표하는 메뉴를 만들어 파는 가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핵심 점포가 알려지면 전통시장 주 고객층이 아닌 20, 30대 젊은층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박 조합장은 “속초시장 하면 닭강정이 떠오르듯 우리 시장도 ‘핵심 점포’를 육성하는 게 다음의 목표”라며 “대표 메뉴를 개발하고 홍보에도 더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