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시골서 26명 사망 26명 부상
《마을 주민이 360명에 불과한 미국 시골 마을의 평화로운 일요일이 비극의 날이 됐다. 5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덜랜드스프링스의 교회에서 불명예 제대한 퇴역 군인이 총기를 난사해 26명이 숨졌다. 지난달 1일 라스베이거스 콘서트장 사건으로 58명이 사망한 데 이어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총기사건으로 미국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끔찍한 악마의 행동(act of evil)”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5일 한 남성의 무차별 총격으로 2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제1침례교회.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5일 벌어진 텍사스주 서덜랜드스프링스 제1침례교회의 참극을 이렇게 묘사했다. 대부분 주민이 농사를 짓거나 목장을 하는 소박한 마을마저 미국에서는 무차별 총격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직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는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YT는 이번 사건으로 주민 7%가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2000년 인구통계조사에 따르면 서덜랜드스프링스의 주민은 360명, 로이터통신은 900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부모를 모두 잃은 스콧 홀콤비 씨(30)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힌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마음이 따뜻했고 설교를 좋아하는 좋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전 교회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주민들의 모습이 유튜브에 공개돼 미국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서덜랜드스프링스를 관할하는 윌슨카운티의 조 태킷 보안관은 “이 작은 마을에선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던 일이 오늘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여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루거사의 ‘AR-15’류 소총은 총기 난사 사건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무기다. 미군이 사용하는 자동소총과 유사한 모델로, 민간인은 반자동 모델만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 정당 500∼900달러에 팔린다. 1994년 시행된 연방 공격무기 금지법에 의해 규제를 받다가 2004년 이 규제가 폐지되면서 AR-15 모델의 판매가 급증했다. 켈리의 차 안에서는 또 다른 총기도 발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3만8000명이 총기 사건으로 사망했다. 총기 사망자는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2명으로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총기 자살이 60%로 가장 많았고, 총기 살인(36%), 의도치 않은 총기 사고나 경찰 등의 총기로 인한 사망(1.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일본 도쿄에서 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우리는 힘을 합칠 때 강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원인은 ‘정신 이상’”이라며 총기 허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목요일까지 백악관과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