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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 정적 제거 칼바람속… 만수르 왕자, 의문의 헬기추락死

입력 | 2017-11-07 03:00:00

압둘아지즈 왕자는 체포저항중 사망
英 가디언 “왕세자의 숙청작업은 부패척결 아닌 보안세력 장악 의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32)가 ‘피의 숙청’을 감행하는 가운데 왕자들이 잇달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AP통신,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내무부는 5일 만수르 빈 무크린 왕자와 정부 고위 관료 7명이 남서부의 아시르 주도 아브하 인근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사우디와 분쟁 중인 예멘으로부터 100마일(약 161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사우디 당국은 헬리콥터 잔해에 대한 수색을 진행 중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왕위 계승 상위 서열인 만수르 왕자의 죽음이 빈 살만 왕세자의 숙청 작업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만수르 왕자는 아시르주의 부지사로 아버지인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는 한때 왕세제였다. 그러나 현 살만 국왕이 2015년 즉위한 뒤 3개월 만에 그를 폐위시키고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왕세자에, 아들인 빈 살만을 부왕세자에 책봉했다. 살만 국왕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빈 살만은 올해 6월 사촌형인 빈 나예프를 밀어내고 결국 왕세자 자리를 차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앞서 4일 자신이 이끄는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를 통해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수십 명을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사우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압둘아지즈 빈 파드 왕자가 체포 시도에 저항해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입었고, 다음 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아지즈 왕자는 6월 폐위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의 측근이었다.

사우디 왕가는 전통적으로 군부 권력을 분점했지만 빈 살만은 왕세자 몫인 국방부(상비군)뿐만 아니라 내무부(경찰 및 정보조직)와 국가수비대(정예군)를 모두 장악했다. 앞서 그는 빈 나예프 내무장관을 경질했다. 이번에 체포된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는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아들이자 국가수비대 장관으로 한때 왕세자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무타입 왕자를 제거함으로써 빈 살만 왕세자는 쿠데타를 막을 국가수비대까지 손에 넣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숙청 작업은 부패 척결이 아닌 사우디 내 보안 세력을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본인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권력 강화를 위해 사우디 내에 가장 강력한 인물들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디언은 이를 ‘정치적으로 위험한 모험’이라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탈석유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등 놀라운 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내부 숙청 작업을 마무리한 사우디는 대중의 관심을 외부의 적에 돌리고 있다. 사우디는 4일 수도 리야드를 겨냥한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미사일이 이란에서 공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무기 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예멘의 국경과 영공, 항구를 모두 봉쇄했다. 또 후티의 지도자 압둘 말리크 바데르 알다인 알후티에게는 3000만 달러(약 335억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