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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로 키우는 광어… “폐사위험 줄고 식감도 좋아져”

입력 | 2017-11-07 03:00:00

[바다가 미래다]2017 Sea FARM SHOW
<1> 제주 광어, IT와 만나다




《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 찾아간 이곳에는 해진수산, 유창영어조합법인, 유창수산 등 3곳의 양식업체가 공동 운영하는 광어 양식장이 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육지에서 운영하는 육상 양식장이다.

축구장 2개 규모의 대형 양식장에는 크기에 따라 분류된 광어들이 수조 115개에 나뉘어 길러지고 있다. 광어들이 힘차게 헤엄칠 때마다 물이 튀긴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30∼40t 규모의 광어가 출하된다. 성인 800여 명이 1개월간 섭취할 수 있는 많은 양이다.

규모로 짐작하면 수많은 일꾼이 양식장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일하고 있을 법도 하지만 양식장 내부에서는 물소리만 들렸다.

양식장 한쪽에 있는 컴퓨터가 양식장 전체를 컨트롤하고 있다. 컴퓨터에는 광어 생육정보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다. 》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양식업체 유창영어조합법인의 김창협 대표가 스마트 양식으로 기른 광어를 들고 있다. 왼쪽은 양식 수조의 수온, 용존산소농도, 염도 등을 센서로 체크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자동수질측정기다. 제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광어와 IT의 만남

유창법인은 제주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히는 ‘스마트 양식장’ 중 한 곳이다. 김창협 대표는 “정보기술(IT) 업체에 의뢰해 개발한 ‘고품질 수산양식 자율 시스템’으로 양식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많은 양식장이 여전히 물고기 수와 크기, 출하량 등을 일일이 공책에 손으로 적으면서 관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진일보한 모습이다. 동행했던 제주어류양식수협 홍정훈 팀장은 “광어 양식을 하는 제주 340어가 중 20어가만 갖고 있는 첨단 시스템”이라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양식이 잘돼 생산량이 늘면서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양식장을 관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새끼 물고기인 치어를 수조에 넣는 순간부터 시장에 판매할 때까지 생육의 전 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사무실 컴퓨터만 켜면 이 모든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까지 쌓은 데이터를 토대로 앞으로 광어가 어떻게 자랄지가 일정 주기 단위로 계산돼 예측된다. 사료의 양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조절 통제된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업체인 해진수산의 고정아 사장은 김 대표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쉴 새 없이 모니터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일반 양식장들은 치어가 자랄 때마다 다른 수조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수조 밀도를 조절하는 데 애를 먹는다. 수조 1개에 물고기가 너무 적거나 많으면 생육에 지장을 줘 자칫 집단 폐사할 우려가 있다. 이곳은 수조 속 밀도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해 제어한다.

양식장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첨단 시설은 자동수질 측정기다. 수온, 용존산소량, 염도 등을 측정기에 달린 센서가 자동으로 측정한다. 이상 수치가 나타나면 수조 옆 계기판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실험 단계로 설치해 본 것인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T화된 스마트 양식장의 성과는 놀랍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광어의 20%가 일본으로 수출돼 현지에서 생산된 광어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 김 대표는 “소비자에게 규격화된 질 좋은 상품을 내놓고 싶어 IT를 양식에 접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산 광어의 일본 내 점유율은 50%를 넘는데, 한국산 광어의 95%가 제주산일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 첨단 기술에 눈뜨는 한국 양식업

해양수산부는 수산 양식의 첨단화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산물의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바다의 미래 먹거리인 양식업 분야에서 전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올해 8월에 발표한 ‘2017∼2026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에는 양식 수산물 생산량이 어획 수산물 생산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잦은 엘니뇨 발생과 계속되는 남획에 따른 수산자원 감소로 어선이 바다에서 잡는 어획 수산물은 갈수록 줄어들지만 양식업은 기술 발달에 힘입어 증가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양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바이오플록기술(BFT)을 활용한 어류 양식에 성공했다. 양식 어류의 배설물을 수조 안에서 이로운 미생물로 분화, 변환시켜 배출수가 거의 나오지 않게 하는 IT-친환경 접목 양식기술이다. 환경에만 좋은 게 아니다. 적은 물로도 양식이 가능해 바닷가뿐만 아니라 내륙, 도심 등에서도 양식에 나설 수 있다.

정부는 노르웨이의 ‘마린 하베스트’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연어 양식 기업인 이곳은 연어 양식으로만 한 해 4조 원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훌라후프처럼 생긴 양식장에 자동으로 사료를 공급하고 컴퓨터가 수중 산소 농도, 수온에 따른 사료 양을 계산한다. 오운열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양식업은 우리가 개척해야 할 새로운 시장 중 하나”라면서 “한국에도 마린 하베스트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귀포=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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