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
지난달 거의 8년 만에 멜버른을 방문했다. 하루는 내가 머무는 친구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차가 선로 수리 작업 때문에 운행에 차질을 빚어 우리 모두 다 내려서 버스를 타야만 했다. 원래 50분 정도 거리였는데 거의 2시간이나 걸리고 말았다. 왜 이런 불편을 예상하면서도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을 사용했느냐면 얼마 전에 나의 호주 운전면허가 만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호주에 주소가 없으니 재발급도 받지 못했다. 한국 운전면허가 없으니 국제면허증을 신청할 수도 없었다.
멜버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먼저 마이키 카드를 사야 한다. 한국의 티머니 카드와 비슷하지만 후불은 불가능하고 선불만 된다. 그런데 제대로 안 찍힐 때도 있어 티머니에 비하면 상당히 불편하다. 한국에서 신용카드로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별생각 없이 계속 쓰면 된다. 지하철 등에서 직원의 도움을 요청할 필요도 거의 없다. 그리고 한국 내라면 다른 도시에서도 쓸 수 있고, 택시 요금을 낼 수도 있다. 호주에서는 도시마다 다른 선불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긍정적인 이유는 한국, 특히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가 매우 저렴하고 안전하며 편하기 때문이다. 지하철과 기차는 지연 혹은 지체가 드물고 취소된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KTX, ITX, AREX를 타면 먼 곳까지 빠른 시간에 갈 수 있다. 서울 지하철망이 지난 20년 동안 확장된 덕택에 이제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도도 어디든지 거의 지하철로 갈 수가 있다. 버스들은 시외버스, 시내버스, 마을버스까지 잘 나뉘어 있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닌다. 정류장에서 전자 안내판으로 버스가 오려면 몇 분이 남았는지까지 알 수 있다. 더욱이 요즘은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버스의 출발, 도착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택시도 많고 저렴하다. 앱으로 택시를 바로 부를 수도 있으니 예전보다 더 편해졌다.
하지만 완벽함이란 이 세상에는 없는 만큼 한국 대중교통에도 단점이 있다. 출퇴근 시간에는 대중교통 타기가 지옥 체험인 것 같다. 특히 신도림역과 같은 환승역들이 그렇다. 혼잡 시간대에는 어떤 지하철역도 안전한 곳이 아닌 듯 느껴진다.
나같이 키 큰 사람에게 마을버스의 천장은 너무 낮고, 운전도 거칠게 하는 편이다. 지하철 역사 내 공기도 개선되어야 한다. 요즘 미세먼지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가 말이다. 그리고 총알택시는 정말 없어져야 한다. 내가 타는 택시 운전사가 과속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기사님, 좀 천천히 달려주세요. 오래 살고 싶어서요.” 이렇게 말하면 보통 웃으시고 천천히 간다.
아내는 가끔 나에게 차를 사자고 떠본다. 내가 매번 되풀이하는 말은 “차 사는 것을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운전을 하진 않겠다. 그리고 우선 처박아 놓은 당신의 면허증부터 갱신해서 렌터카 또는 카셰어링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이 논의는 지난 3년 동안 계속됐다. 아직 결론은 없다.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