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짜뉴스 이렇게 퍼진다]<2> 美 팩트체커들이 보는 ‘240번 버스’
9월 15일자 A12면.
○ “사랑한다는 엄마 말도 검증하는 게 언론”
19일 오전(현지 시간) 워싱턴 WP 본사 회의실. 팩트체커 기자 글렌 케슬러(58)는 ‘240번 버스 사건’ 설명을 듣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미국 언론계에는 ‘어머니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다면 그것도 팩트체크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 미디어는 성급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슬러 기자는 2011년부터 팩트체커에서 주요 정치인 발언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검증이 끝나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로 점수를 매긴다. 피노키오가 4개면 완전히 거짓말이라는 뜻이다.
22일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팩트체크.org’의 유진 킬리 이사도 “사건 일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언론사(기자)는 자신이 확인한 내용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가 불충분해 팩트를 100% 확인하지 못했다면 기사가 의도와 상관없이 대중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우려를 차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폴리티팩트 루이스 제이컵슨 기자(47)도 “익명으로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기 전 사건 당사자나 관련 기관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것이다.
“정보 전달 속도가 중요해졌지만 정작 사실이냐 아니냐는 뒷전이다. 그게 문제다.”
같은 날 WP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폴리티팩트 사무실에서 만난 제이컵슨 기자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는 ‘240번 버스 사건’은 수익을 위해 클릭 수에만 목을 맨 나머지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미 사이비 언론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케슬러 기자도 온라인 속보 시대의 고충을 토로했다. “팩트체크 매체의 노력으로 정치인들도 ‘거짓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거짓말이 더욱 빨리 퍼지는 시대라 사실 해결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제이컵슨 기자가 8년째 일하는 폴리티팩트는 나름의 진실 등급 시스템이 있다. ‘진실 측정도구(Truth-O-Meter·‘진실이 문제’라는 중의적 의미)’라고 불리는데 기사 하나에 에디터 3명이 반나절 동안 달라붙어 검증하고 등급을 매긴다.
이처럼 팩트체크에 진력하는 미국도 최근 사이비 언론 웹사이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한다. 사이비 인터넷 매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3개 팩트체크 매체는 페이스북과 손을 잡았다. 가짜 뉴스로 추정되는 글이 다수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점을 감지하면 페이스북은 이들 매체에 팩트체크를 의뢰한다. 이들은 취재와 확인을 거쳐 검증을 끝낸 뒤 이를 회신해준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기사 링크 아래 ‘이 기사는 팩트체크를 거쳤습니다’라는 알림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워싱턴·필라델피아=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