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변질된 만남 ‘연애 알바’
이색 아르바이트(알바)를 중개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처음 올라온 글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그저 외롭고 바쁜 사람의 좋은 말벗을 찾는 정도다. 잠시 후 온라인을 통해 대화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바뀐다.
A 씨도 처음에는 비슷했다. 기자가 ‘31세, 대기업 직장인’이라고 프로필을 올리자 A 씨는 ‘라인(스마트폰 메신저) 아이디(ID) 알려드릴 테니 연락 주세요’라는 쪽지를 보냈다. ID만 공유하면 전화번호 같은 신상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 A 씨는 자신의 사진을 보낸 뒤 조건을 제시했다. ‘1시간에 10만 원이고 술만 같이 마시는 거예요.’
토요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역 근처의 한 술집에서 만난 A 씨는 앳된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1997년생. 서울의 한 전문대에서 패션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소개했다. 편의점부터 대형 고깃집 서빙까지 안 해 본 알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사업을 위해 연애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꿈은 의류수입업. 거창해 보이지만 해외 직구로 옷을 들여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등에서 판매하는 일이다.
A 씨는 “그저 함께 술 한잔 하고 고민 들어주는 것이다. 주로 연애에 지친 20, 30대 남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절대 스킨십을 하지 않는다. 나는 가정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은 돈이었다. “만약 500만 원이 눈앞에 있다면…”이라고 묻자 “솔직히 흔들릴 것 같다”며 자신 없이 말했다.
기자가 ‘편한 사람’ 찾는다는 글을 올린 후 A 씨를 비롯해 20명이 넘는 여성과 온라인 대화를 나눴다. 스킨십 금지를 내세운 사람은 A 씨 등 2, 3명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모두 만나는 횟수와 시간을 이야기한다. 그러다 곧 ‘경제적인 도움을 원한다’는 뜻을 밝힌다. 여기서 남성이 머뭇거리면 대화는 바로 끝난다. 남성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노골적인 제안이 온다. ‘1시간 잠자리에 30만 원이에요.’
‘연애 알바’로 불리지만 속성은 스폰서 문화와 다를 바 없다. 과거 고급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 흔하던 문화가 이제는 대학생과 직장인 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남성을 상대로 한 여성 알바이지만 간혹 반대인 경우도 있다.
대학생 김모 씨(22·여)는 “한 친구가 연애 알바 뛰면서 1000만 원이 넘는 1년 등록금을 다 마련했다고 좋아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스폰서가 특정인의 문화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주변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