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계란 신선도 표시 Q&A
서울 강북구에 사는 주부 소모 씨(59)는 계란을 살 때 껍데기에 새겨진 난각코드를 일일이 확인한다. 8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먹을 뻔한 경험 이후 생긴 습관이다. 하지만 소 씨는 “난각코드가 ‘난독(難讀)코드’처럼 복잡해 좋은 계란을 고르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난각코드에 산란일자와 사육환경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가 시행 시기가 1년가량 미뤄졌지만 정부 개선안이 기존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유통기한, 등급판정일, 산란일자 등은 모두 계란의 신선도를 나타내는 유사한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 의미와 관련 규정이 각기 다르다.
Q. 현재 난각코드가 계란마다 제각각이다.
Q. 신선한 계란을 고르려면 유통기한을 보면 되지 않나.
A. 모든 계란 포장 겉면에는 유통기한이 반드시 표시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계란의 유통기한을 45일(냉장 유통 기준)로 권장하고 있지만 대다수 유통업체들은 통상 30일로 표시한다. 그동안 계란 유통기한은 포장을 마친 시점으로부터 계산했다. 1개월 전 닭이 낳은 계란을 보관하다가 1주일 전에 포장했다면 이 계란의 유통기한은 1주일 전부터 30일이 된다. 산란일을 기준으로 하면 유통기한이 60일로 정부 권장 기간이 넘는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달 2일부터 계란 유통기한을 포장 완료 시점이 아닌 산란일로부터 계산하도록 하면서 이런 맹점이 상당부분 해결될 전망이다. 다만 이때 산란일은 닭이 계란을 낳은 날이 아니라 농장주가 계란을 채집한 날이다.
Q. 난각에 산란일을 표시하면 해결되나.
A. 산란일 표시만으로는 부족하다. 계란 신선도는 냉장 유통이냐, 실온 유통이냐에 좌우된다. 산란일이 빨라도 냉장 유통된 계란이 더 신선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개선안에는 유통 방식 표시가 빠져 있다. 현재 냉장 유통되는 계란은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 우유처럼 냉장 유통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탓이다. 유통 방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산란일만 표시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A. 계란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게 근본 해법이다. 정해진 도축장, 공판장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육류와 달리 계란 유통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계란의 35%만 전문시설을 갖춘 식용란 수집판매업체(GP)를 거친다. 나머지는 영세 상인이나 농가가 직접 판매하다 보니 일률적인 관리가 힘들다. 식약처는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이후 모든 계란의 GP 유통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