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뒷바라지로 이렇게 성장, 아버지도 못타본 상 받아 뿌듯… 이종범 코치님, 펑고 너무 빨라요”
6일 열린 2017 프로야구 시상식에서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영광의 얼굴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대은(경찰), 최형우(KIA), 박해민(삼성), 임지섭(상무), 홍창기(경찰), 김동준(경찰), 유민상(kt), 문상철(상무), 버나디나(KIA), 손아섭(롯데), 최정(SK), 양현종(KIA), 구본능 KBO 총재, 이정후(넥센), 진해수(LG), 손승락(롯데), 이영재 심판.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야구 천재’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넥센)는 스스로의 힘으로 아버지의 후광을 벗겨 냈다. 고졸 신인 외야수 이정후가 6일 2017 타이어뱅크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식에서 평생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받았다. 신인상은 아버지도 받지 못했다.
이정후는 기자단 투표에서 535점 만점에 503점을 받아 롯데 김원중(141점), kt 정현(113점)을 제쳤다. 이정후는 올 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4,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3할 타율 올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다는 프로 첫 시즌에 3할 달성은 기본이고 역대 KBO리그 신인 최다안타, 신인 최다 득점 기록을 바꿔 놨다.
이정후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인 어머니를 행사 내내 다독였다. 이정후는 “어린 시절 추억의 3분의 2는 어머니하고 같이 했다. 어머니가 힘든 일도 참고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16일부터 벌어지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와 주루코치로 호흡을 맞추게 될 아버지에 대한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정후는 “아버지는 늘 나를 한 번도 혼내지 않고 친구처럼 대해 주셨다. 아버지가 못 타본 신인상을 타서 뿌듯하다. 신인상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5일 아버지와 대표팀에서 첫 훈련을 한 이정후는 “코치님으로서는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첫 훈련에서 형들이 아버지의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코치가 배트로 쳐주는 것) 템포가 빨라서 힘들다는 불평을 했다. 봐주시라”며 여유롭게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