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미래 투자’ 몰려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대체연료&스마트 모빌리티 서밋’에 현지 스타트업이 개발한 전기자동차가 전시돼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한 미래자동차 스타트업 ‘모빌아이’의 예루살렘 본사 연구실. 텔아비브·예루살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히브리대 컴퓨터공학과 암논 샤슈아 교수가 설립한 모빌아이는 자동차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바꾸는 것 같은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 3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텔에 153억 달러(약 17조 원)에 인수된 이 회사는 이스라엘 경제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첨단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가치를 인정받아 비싸게 유명 기업에 팔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이스라엘이 미래형 자동차 기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아워크라우드’의 존 메드베드 대표는 “수지타(1970년대 생산됐던 이스라엘 기업의 자동차 모델)가 생산이 중단된 뒤 이스라엘에서 다시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비록 완성차 메이커는 없지만 소프트웨어, 친환경, 첨단 에너지 관련 기술이 자동차에 대거 적용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이스라엘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텔아비브에서 진행된 ‘2017 대체연료&스마트 모빌리티 서밋’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전기자동차 △교통정보 분석 서비스 △자동차 및 운송장비용 친환경 연료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미래형 자동차 관련 기술에 대한 이스라엘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총 40여 개의 관련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미래 자동차 기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편리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한 ‘시티 트랜스포머’의 경우 이미 일본의 야마하 같은 비(非)자동차 기업도 관심을 보이며 협력하고 있다. 또 전기를 연료로 삼는 자동차 경주용 카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인 ‘그립’도 관심을 끌었다.
엘리 그로네르 총리실 국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2011년부터 대체연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정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2015년부터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육성으로 투자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대체연료 기술이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고, 갈수록 자동차 개발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은 규모 면에선 작지만 현대차가 1위, 기아자동차가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좋다”며 “현대차 R&D 시설이 들어서면 협력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보보안과 항공 기술 대거 자동차에 적용
창업과 특허 개발에 적극적인 이스라엘 대학들도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컴퓨터 분야의 경우 교수진을 확충하는 건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아카데믹한 연구에 치중했던 학풍도 바꾸고 있다. 히브리대 기술이전센터인 ‘이숨’의 타미르 후베르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근에는 실용적인 연구를 해 왔거나, 실무 경력이 있는 교수에게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텔아비브·예루살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