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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없는 한국의 기업문화 이해안돼… 경직된 조직선 창의적 스타트업 불가능”

입력 | 2017-11-07 03:00:00

IT기업 ‘무빗’ 니르 에레즈 CEO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탁월합니다. 그런데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는 매우 약하더군요.”

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난 정보기술(IT) 기업 ‘무빗’의 니르 에레즈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사진)는 현지 스타트업 문화와 창업 경제를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유명 IT 기업과 회의를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며 “반대 의견을 말하지 않는 분위기가 특이했다”고 설명했다.

무빗은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는 업체다. 현재 무빗 서비스는 사실상 북한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에레즈 CEO는 무빗을 포함해 3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있다. 그는 과거 창업했던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과 일한 적이 있다. 이때 한국도 다녀갔다.

그는 “한국 기업과 회의하던 중 내가 한 말을 우리 기업 직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비판하자 오히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불안해했다”며 “경직된 조직문화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절대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CEO와 인턴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옷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창업가들이 존경받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레즈 CEO는 “내 자식들은 학교에서 법조인, 고위 공무원, 의사, 대학 교수, 글로벌 기업 임원 등을 부모로 둔 아이들 앞에서 아주 당당하게 ‘우리 아빠는 창업가야’라고 자랑한다”며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 창업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한 창업가들의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가들이 성공한 뒤에 후배 창업가들에게 신경을 안 쓰는 건 곤란하다”며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꾸준히 관리해 주는 건 힘들더라도 그들의 상담을 받아주고 자신의 의견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활동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에레즈 CEO는 해외 출장이 없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대학생 등 젊은 예비 창업가들과 만난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상담을 요청하는 적극적인 창업 준비생들과는 꼭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레즈 CEO는 이스라엘 창업 문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마인드를 꼽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은 일단 미국 시장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창업가들은 워낙 나라가 작다 보니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봅니다. 이게 큰 잠재력이고, 성공비결입니다.”

텔아비브·예루살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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