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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동아]건강검진 받을 때 ‘내시경 검사’는 선택 아닌 필수

입력 | 2017-11-08 03:00:00

40세 이상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
50세 이상 5년마다 대장내시경 권고




김용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가을이 되면 병원은 건강검진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부분 직장에서, 또는 국가에서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사람은 많지만 간혹 내시경 검사는 받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다른 검사와 달리 사전에 음식물을 제한하고 장을 비우는 과정도 필요하고 검사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서리라.

얼마 전 병원을 찾은 40대 후반의 한 남성 환자도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왔지만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위암, 대장암 가족력도 없고 평소 바쁜 업무로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장내시경 검사 중 종양이 발견됐다. 아직은 림프절 전이도 일어나지 않았고 다른 장기에도 퍼지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암세포가 장막층을 뚫고 나간 대장암 2기 상태였다. 그 후 수술을 통해 종양과 주변 부위를 절제하고 수개월간의 치료 끝에 완치됐다. 만약 이 환자가 더 일찍 내시경 검사를 했다면 암 전 단계인 용종으로 발견돼 제거하고 암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혹여 암이었어도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제거가 가능했었을 것이다.

대장암의 85%는 대장 용종으로 인한 것이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용종의 유무를 확인하고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그 자리에서 직접 용종을 제거하거나 이후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해 대장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대장암뿐만 아니라 위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로 성과가 매우 좋은 편이다.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최근 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0대 응답자의 50.8%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으로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는데 내시경 검사를 꺼리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잘못된 정보나 막연한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오히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본 사람은 검사에 대한 만족도가 97.3%로 높게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특히 대장암 사망률이 최근 급증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대장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16.5명)이 위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16.2명)을 넘어섰다. 운동 부족과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꺼려해 조기에 암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위·대장암의 예방 및 조기 발견을 위해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50세 이상은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50세 이전이라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 가족 중 60세 이전에 대장암에 걸린 구성원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기 때문이다. 30∼40세라도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작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