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ip 성악가 정경
성악가 정경이 새롭게 만든 오페라마(OPERAMA)는 오페라(Opera)와 드라마(Drama)의 요소를 접목시켜 탄생시킨 독특한 예술문화장르다. 클래식으로 관객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 싶은 그의 바램을 담아 탄생했다.이두용 프리랜서 기자·예술의 전당 장소 제공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에게 ‘정경’이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 정경은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서 독창회를 가진 실력파 바리톤 성악가다. 연 100회 공연을 하며 관객들에게 오페라를 알리고 있다. 앨범은 정규, 비정규 15집을 냈다. 저서도 두 권 있다. 정경은 국민대에서 학생들에게 성악을 가르친다.
이름은 낯설어도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등 굵직한 국가 행사에서 관중을 압도하는 에너지와 성량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그를 봤을 수 있다.
“예술학자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건 나의 사명”
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 성악가로 무엇을 해야 의미 있을까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다. 정통을 고수하라는 선배들의 반대도 많았다. ‘예술가는 예술만, 그것도 정통 클래식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에도 지금도 ‘우리끼리만 하는 예술’은 재미없다.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다.
“아프리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오페라 극장을 만들 거예요.”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지 않을 길을 그는 매번 만들어서 가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클래식계의 이단아라고 부른다. 정경 본인은 예술을 공부하는 ‘예술학자’로 불리고 싶다.
“나는 사람을 위로하는 광대”
화려한 이력에도 그가 자신을 칭할 때는 ‘광대’라고 한다. “예술가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사람이에요. 광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무대에 서요. 힘든 사람을 위로해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오페라마를 만들었어요.”
대학로가 가장 조용한 월요일 저녁. 한 소극장 1층 카페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정경의 ‘정신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4월부터 격주로 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그의 공연은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소문난 공연이다. 장르도 오페라와 드라마를 접목시킨 ‘오페라마’로 독특하다. “클래식을 재미있게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는 오페라 속 뒷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공연을 진행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그의 오페라 열창도 들을 수 있다. 에피소드를 알고 들으니 몰입도 쉽다.
그의 대학로 공연은 입소문을 타 20∼60대까지 관객층도 폭넓어졌다. “오페라마가 클래식으로 가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그가 성악가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노래하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선배들이 말하는 정통 클래식 장르를 해치지는 않을까. 걱정과 고민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관객의 외면을 받은 예술은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그런 예술이 존재할 이유도 없죠.” 그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소극장에 서는 이유다.
“목 관리는 레드와인으로”
성악은 몸 안의 빈 공간(공명)을 이용해 소리를 울려야 한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몸 안의 빈 공간을 늘려야 한다.
잦은 공연과 강연에도 정경이 목 관리를 위해 매일 하는 것이 있다. 레드와인을 한 잔씩 약처럼 마시는 것. 레드와인은 알칼리성으로 자기 전에 마시면 목의 염증을 완화시킨다. 온천수를 마시고 잘 때 항상 가습기를 튼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목에 가장 좋은 습관은 따로 있다. 좋은 생각하기. “새벽 2, 3시쯤 자고 아침 7, 8시에 일어나요. 항상 잠이 부족하죠. 성악가들은 8시간 이상 자야 좋은 소리가 난다고 해요. 잠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이 있죠. 저는 잠을 몇 시간 잤다는 것보다 기분 좋게 노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경은 “클래식은 삶에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해요.”
넥스트의 록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콜라보, 춤은 언제나 콜라보. 정경은 2014년 김세황과 ‘그녀에게’ 창작곡을 콜라보해서 앨범을 냈다. 그 후로도 대중음악과 끊임없이 콜라보하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클래식의 대중화는 틀린 말이에요. 클래식은 배운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장르에요. 저는 정통 클래식으로 가는 중간에 ‘이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오페라마를 만들고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는 이유다. 오페라마를 통해서 사람들이 베토벤,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스스로 삼류가 돼도 좋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일류로 만드는 삼류 광대가 저의 꿈이에요.” 정경은 이 시대를 사는 예술가로서 이것이 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음악의 힘▼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치료학과 겸임교수
인간은 파충류 같은 하등동물에서 출발해 포유류, 그중에서도 가장 지능이 높은 영장류로 진화해왔다.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감정, 기억과 관련 있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발달이다. 포유류에서 영장류로의 진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성적 사고를 하는 전두엽의 발달이다. 이 중 변연계는 마음속 깊은 과거의 기억, 상처와 관련이 있으며 변연계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분노 조절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변연계는 측두엽에 주로 위치해 있으며 같은 측두엽에 있는 청각과도 관련이 높다. 즉 소리와 감정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좋은 소리와 좋은 음악이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음악은 청각신경을 거쳐 바로 변연계로 전달이 되기 때문에 이성의 뇌인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도 감정 형성에 도움이 된다.
태생학적으로도 음악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청각이 발달한다. 아이가 듣는 첫 번째 소리는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다. 아이는 엄마의 심박동 변화를 함께 느끼며 엄마와 감정을 공유한다. 이는 음악 듣기에도 영향을 미쳐 아다지오처럼 느린 곡은 이완을 시켜주고 프레스토처럼 빠른 곡은 흥분하게 만든다.
음악은 성장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음악이 특히 스트레스를 잘 견디게 도와준다는 뜻이다. 음악은 감정을 순화시켜주고 그 결과 충동조절능력을 증가시켜 행복감을 준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듣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을 추천하고 싶다. 클래식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배열과 심박수와 가까운 템포를 만들어낸다. 클래식이 우리에게 치유를 주는 이유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담긴 오페라도 주인공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며 치유받을 수 있는 장르다.
감정을 위로받고 치유받기 원할 때는 내 마음과 일치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 우울한 사람이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슬픈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나면 위로받은 느낌이 생긴다. 실연을 당했을 때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담긴 가요를 듣는 것이 좋다.
음악의 악(樂)과 치료약의 약(藥)은 그 뿌리가 같다고 한다. 몸이 아플 때 약을 먹듯이 마음이 아플 때 음악을 들어보길 권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