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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양현종 “우리가 만난 건 행운, 내년 우승도 함께!”

입력 | 2017-11-08 05:30:00

KIA 김기태(왼쪽) 감독과 양현종이 7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났다. 김 감독은 올 시즌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양현종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MVP를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감독과 선수 사이를 떠나 인간적인 신뢰로 뭉친 두 사람은 잠시 ‘셀카’를 찍으며 소중한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기도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양현종 같은 대투수와 함께 한다는 건 감독으로서도 영광이죠.”(김기태 감독)

“감독님은 때론 친구 같이, 때론 형님 같이 제 속마음까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입니다. 감독님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양현종)

2017년 KIA를 정상으로 이끈 김기태(48) 감독과 에이스 양현종(29)이 서로를 치켜세웠다. 마치 친구처럼 다정하게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손가락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감독은 “양현종 덕택”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에이스는 “감독님 덕분”이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양현종과 함께 7일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우승하니까 좋긴 좋다”면서 “바쁘긴 해도 우승하고 바쁜 건 얼마든지 괜찮다. 우승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활짝 웃었다.

일민미술관. KIA 김기태 감독과 MVP 양현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확정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 짜릿함과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했다. 김 감독은 선수와 코치 시절을 통틀어 프로 데뷔 후 이번에 생애 첫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순간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이 충혈될 정도로 펑펑 울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울기태’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2015년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바람에 생긴 ‘눕기태’라는 별명에서 따온 새로운 닉네임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눕기태는 들어봤지만 울기태는 처음 듣는다”며 웃더니 양현종에게 “나한테 그런 별명이 생겼느냐”고 물었다. 양현종이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자 김 감독은 쑥스러웠는지 “울고 싶어서 운 게 아니라 사실 샴페인이 눈에 들어가면서 눈물이 났던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 양현종에게 속삭이듯 “눕기태, 울기태 외에 다른 별명들도 있는지 한번 조사해봐라”고 지시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양현종은 한 해에 정규시즌과 KS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KBO 최초의 역사를 썼다. 특히 KS 2차전 완봉승에 이어 5차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우승을 확정한 장면은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그는 “2009년 첫 우승 때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우승 순간 눈물이 났는데, 올해는 ‘다 끝났다’는 후련함에 눈물이 났다”면서 “(김)주찬이 형, (이)범호 형은 끝까지 안 울었다고 하는데, 형들이 우는 걸 내가 직접 봤다. 형들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일민미술관. KIA 김기태 감독과 MVP 양현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9차례 KS에 올라 모두 우승한 해태 왕조의 역사를 이어받은 KIA는 2009년 V10에 이어 8년 만인 올해 V11 달성했다. 이제 KIA 시대의 새로운 왕조 구축을 위해 김 감독과 양현종은 다시 손을 맞잡았다.

KIA와 재계약 문제가 남아 있는 양현종은 “MVP 시상식 때도 말했지만 KIA에 계속 남고 싶다. 솔직히 다른 팀에 갈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사람 욕심이 끝이 없더라. 한 번 우승하니까 계속 우승하고 싶다. 내년에도 KIA에 남아 감독님과 함께 계속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양현종이 올해 잘 해줬기 때문에 우승까지 갈 수 있었다”면서 “양현종 같은 대투수와 함께 한다는 건 감독으로서도 영광이다. 내년에도 함께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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