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기태(왼쪽) 감독과 양현종이 7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났다. 김 감독은 올 시즌 KIA를 통합우승으로 이끌었고, 양현종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MVP를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감독과 선수 사이를 떠나 인간적인 신뢰로 뭉친 두 사람은 잠시 ‘셀카’를 찍으며 소중한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기도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양현종 같은 대투수와 함께 한다는 건 감독으로서도 영광이죠.”(김기태 감독)
“감독님은 때론 친구 같이, 때론 형님 같이 제 속마음까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입니다. 감독님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양현종)
2017년 KIA를 정상으로 이끈 김기태(48) 감독과 에이스 양현종(29)이 서로를 치켜세웠다. 마치 친구처럼 다정하게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손가락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감독은 “양현종 덕택”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에이스는 “감독님 덕분”이라며 웃었다.
일민미술관. KIA 김기태 감독과 MVP 양현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확정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 짜릿함과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했다. 김 감독은 선수와 코치 시절을 통틀어 프로 데뷔 후 이번에 생애 첫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순간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이 충혈될 정도로 펑펑 울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울기태’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2015년 심판 판정에 항의할 때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바람에 생긴 ‘눕기태’라는 별명에서 따온 새로운 닉네임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눕기태는 들어봤지만 울기태는 처음 듣는다”며 웃더니 양현종에게 “나한테 그런 별명이 생겼느냐”고 물었다. 양현종이 “네”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자 김 감독은 쑥스러웠는지 “울고 싶어서 운 게 아니라 사실 샴페인이 눈에 들어가면서 눈물이 났던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 양현종에게 속삭이듯 “눕기태, 울기태 외에 다른 별명들도 있는지 한번 조사해봐라”고 지시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양현종은 한 해에 정규시즌과 KS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KBO 최초의 역사를 썼다. 특히 KS 2차전 완봉승에 이어 5차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우승을 확정한 장면은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그는 “2009년 첫 우승 때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아 우승 순간 눈물이 났는데, 올해는 ‘다 끝났다’는 후련함에 눈물이 났다”면서 “(김)주찬이 형, (이)범호 형은 끝까지 안 울었다고 하는데, 형들이 우는 걸 내가 직접 봤다. 형들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일민미술관. KIA 김기태 감독과 MVP 양현종.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9차례 KS에 올라 모두 우승한 해태 왕조의 역사를 이어받은 KIA는 2009년 V10에 이어 8년 만인 올해 V11 달성했다. 이제 KIA 시대의 새로운 왕조 구축을 위해 김 감독과 양현종은 다시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김 감독은 “양현종이 올해 잘 해줬기 때문에 우승까지 갈 수 있었다”면서 “양현종 같은 대투수와 함께 한다는 건 감독으로서도 영광이다. 내년에도 함께 우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