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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성산읍 제2공항’ 추진 제자리걸음

입력 | 2017-11-08 03:00:00

서귀포 주민 “원점서 재검토” 주장… 반대 대책위는 한달째 천막농성
주민의견 수렴 등 갈등해소 방안 시급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건설 예정인 제2공항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등이 제주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7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정문 맞은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조성 예정인 제2공항 건설에 반기를 든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 등이 지난달 10일부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반대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은 2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단체들은 제주도가 9월 말 국토교통부에 제2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빨리 착수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시위에 나선 것이다.

○ 제2공항 건설 반대 지속


이들은 주민도 모른 채 진행된 공항예정지 입지선정과 2015년 11월 발표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부실 등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천연동굴 발견 가능성이 높은데도 조사가 부실했고 공항 예정지 인근에 위치한 철새 도래지에 따른 ‘버드 스트라이크’(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일으키는 항공기 사고) 문제도 소홀하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주민 반발을 무마하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와 유사한 ‘제2공항 공론화 시민참여단’ 운영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최근 자신이 발의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한 후 “10년 넘게 제주사회의 통합을 저해한 강정 해군기지 갈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2공항 건설로 또 다른 깊은 상처가 나는 것을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공론화위원회 설치 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반대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성호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9월 말 제주 주민 102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제2공항 건설 찬성 63.7%, 반대 24.0%로 나타났고 성산읍 지역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결정대로 추진’ 50.5%, ‘타당성조사 재실시’ 40.8%로 의견을 보였다”며 “대화 채널을 모두 열어놓고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 현명한 갈등 해소책 필요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로 47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국회 예산통과 당시 조건은 성산읍 피해 주민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갈등 해소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9월 18일 열린 제2공항 추진상황 설명회가 반대 주민들의 반발로 파행으로 이어지고 천막농성마저 벌어지는 등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올해 발주 예정인 기본계획 수립 용역은 착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 동굴 등 현황 조사 및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제주 신공항 구상에 참여했던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기반시설 충족, 동굴, 공동체 유지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 주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계속 반대를 하면 주민은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잃고 사업 시행자는 주민과 대화할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이 2018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2015년 11월 공항인프라 확충을 위해 성산읍 일대 제2공항 건설예정지(496만 m²)가 확정됐다. 길이 3200m 활주로 1개와 여객터미널 등을 만들어 연간 2500만 명을 수용하는 시설이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당초 올해 제2공항개발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 2019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 2020년 용지 보상과 착공을 거쳐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