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챗봇으로 ICT 생태계 진화… 산업계 ‘챗봇’ 전성시대
《 ‘수다를 떨다(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인 ‘챗봇(chatbot)’ 전성시대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고객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상담원 못지않게 능숙한 답변을 내놓는 챗봇이 늘고 있다. 향후 챗봇이 빠르게 확산되면 현재 앱 위주의 모바일 생태계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 적용된 챗봇 플랫폼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챗봇은 콜센터 상담 등을 대신하기 위해 은행 보험사 등 금융업계에 먼저 도입됐다가 최근에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챗봇 시장이 사용자 개개인을 위한 맞춤서비스로 발전하면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챗봇 시장은 2021년 31억7000만 달러(약 3조5300억 원)로 올해 7억 달러보다 4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챗봇 서비스 개발에 가장 주력하는 곳들은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다. 고객들이 새로운 앱을 찾는 대신 메신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들은 메신저와 협업해 챗봇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이 해당 챗봇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식당, 호텔, 병원 등 수많은 생활 서비스를 각각의 앱이나 사이트에 일일이 접속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과의 대화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장준희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원은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챗봇 서비스의 등장으로 ICT 생태계가 앱에서 봇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최근 AI 기술이 발달하고 자연어 처리 능력까지 생겨 다양한 분야에서 챗봇과 결합된 응용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챗봇을 개발할 수 있는 오픈소스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현재 10만 개 이상의 챗봇이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서비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지난해 9월 챗봇 기술로 사용자 취향이나 기호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신저 앱인 ‘알로(Allo)’를 선보였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킥과 텔레그램, 텐센트도 이미 챗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회사인 가트너는 2019년 전 세계에서 약 40%에 이르는 기업들이 자연어 기반의 상호작용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챗봇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텍스트 대화 위주의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등장하면서 챗봇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경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챗봇 기반의 메신저가 과거 웹 시대의 브라우저 역할을 대체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앱 위주의 기존 모바일 생태계가 챗봇 플랫폼으로 흡수되면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