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짜뉴스 이렇게 퍼진다]<3·끝> 美-獨의 엄격한 규제 노력
크리스티안 마이어자이츠 독일 연방법무소비자보호부 전자통신·미디어법 담당 국장이 베를린 청사에서 본보 기자를 만나 가짜 뉴스가 게시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소셜네트워크 운용 개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를린=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카롤린 슈바르츠 편집자가 컴퓨터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각종 정보와 뉴스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비영리 미디어그룹 ‘코렉티브’에서 소셜미디어를 담당한다. 모니터에는 페이스북 캡처 화면이 있었다. 흰옷 차림의 10여 명이 있는 사진에 “무슬림 난민이 모여 이슬람국가(IS)를 세우려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9월 초 페이스북에 게시된 내용이다. 검증을 거쳐 삭제까지 했지만 이미 1주일간 47만 명이 봤고 ‘좋아요’ 1500여 개가 달렸다.
검증 결과 이 사진은 실제 독일 라이프치히 지역의 한 마을에서 열린 가톨릭 신자들의 세례행사 장면이었다. 참가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 슈바르츠 씨는 “사진과 영상을 교묘히 편집해 사람들의 혐오감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가 최근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서 기승을 부린다”고 말했다.
이 법은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르던 독일이 내놓은 자구책이다. 독일은 2015년부터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찬반 갈등이 벌어졌다. 난민을 겨냥한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렸다. 2015년 말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 주도로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됐고 플랫폼 기업에 자발적인 가짜 뉴스 삭제를 유도했다. 그러나 자발적 이행은 목표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결국 법적 규제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소셜개선법이다. 기업은 플랫폼에 올라온 가짜 뉴스, 혐오 발언 등을 모니터링하고 명백한 불법 정보를 24시간 안에 삭제해야 한다. 가장 큰 특징은 법을 위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46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물론 과징금 부과의 기준을 마련했다. 회원이 200만 명 이상이고 불특정 다수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SNS가 대상이다. 개인 메신저(와츠앱 등)는 예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이 해당된다. 그래서 일명 ‘페이스북법’으로 불린다. 과징금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반론도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다. 마이어자이츠 국장은 “특정 대상의 명예를 훼손하고 심각한 피해를 입힐 만한 비방글에 한해 법이 적용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부분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셜개선법은 공식 추진 6개월 만인 올 7월 의회를 통과했다. 그만큼 가짜 뉴스 규제는 독일 내에서 초당적 관심사였다. 마이어자이츠 국장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우리 법안의 운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릴 때부터 가짜 가려내는 능력 필요
미국에서는 교육을 통해 가짜 뉴스 문제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른 뒤 미국에서는 청소년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 비판적 수용을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 지난해 워싱턴을 시작으로 뉴욕 등 7개 주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미국 비영리단체 ‘코먼센스’가 올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의 31%는 자신이 최근 6개월 동안 SNS에 공유한 기사가 나중에 거짓이거나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하지만 44%만이 가짜 뉴스를 구별할 수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입법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미디어리터러시나우’의 에린 맥닐 대표는 “가짜 뉴스의 폐해가 주목받으며 문의도 늘어났고 입법 활동도 수월해졌다. 학교 현장에서 미디어 이해에 대한 수업이 더 많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김배중 wanted@donga.com / 워터타운=황성호 기자